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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Sep 22. 2016

선택을 도와주는 쇼핑,큐레이션 커머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큐레이션 커머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품목별 전문가나 MD가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상품을 직접 골라 추천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미국에 EMC라는 정보저장시스템업체가 있습니다. 이곳의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정보는 2년마다 2배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2020년이 되면, 세계의 디지털 정보는 40ZB(제타바이트) 정도가 쌓인다고 합니다.

이 양은 얼마나 되는 걸까요?


40ZB는 전 세계에 있는 모래알 수보다 무려 약 57배나 더 많은 수라고 합니다.


당장 책상 위에 있는 화분 속 모래알도 헤아리기 힘들텐데, 이렇게 많은 정보가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기업에서는 이런 모래알보다 정보가 많은 시대를 빅데이터의 시대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정보과잉의 시대입니다. 2012년 한 해 동안 만들어진 데이터 중 유용한 가치가 있는 데이터는 약 23%에 불과하고, 이 중에서도 0.5%만이 분석된다고 합니다. 정보 속에서 진짜 정보를 얻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죠.


모래 속의 진주 찾기

친구가 얼마 전에 이런 트윗을 남겼습니다.


“물속을 휘젓다 하나를 건지면 이것저것 딸려 올라오는 것처럼, 인터넷을 하면 뭐든 손에 쥘 수 있지만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누군가의 신발이 걸려 올라온 기분이랄까. 어지럽고 소란스런 인터넷 세상이다.” 


친구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특히 온라인 쇼핑을 할 때면 더욱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처음에 온라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고 했을 때, 매우 편리하다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유통과정이 줄어드니 가격까지 저렴해져서, 오프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일이 꼭 바가지를 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온라인에서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오자, 오히려 쇼핑이 불편해졌습니다.


오픈마켓만 하더라도 광고가 너무 많습니다. 제품은 더 많습니다. 검색결과가 기본 10페이지가 넘습니다. 비슷한 물건이 많다보니 좋은 물건을 찾기가 어려워졌고, 칭찬 일색인 후기들도 의심이 가기 시작합니다. 공동구매를 통해 저렴하게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던 소셜커머스도 ‘싼게 비지떡’이란 말을 실감하게만 했고요.


점점 온라인 쇼핑이 피곤해졌습니다. 차라리 모래 알 속에서 진주를 찾는 일이 더 쉬워 보입니다.


점점 온라인으로만 샀던 아이템 리스트가 줄어들었고, 온라인으로 절대 사지 말아야 할 것들은 늘어났습니다.

큐레이션 커머스의 등장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처럼 닫혀가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다시금 진화를 거듭해야 했습니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는 최소한의 정보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쇼핑몰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큐레이션 커머스(Curation Commerce)’입니다.


큐레이션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관람객에게 전시를 설명해주는 큐레이터(Curator)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디지털 정보 중 가치 있고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해 재가공하고 공유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이런 큐레이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보통 MD라 부르는 매니저가 제품을 골라 메인페이지에 소개해놓습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나 고객의 추천 제품들을 모아 판매하기도 하고, 고객의 구매패턴 및 성향을 분석해 제품을 추천하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MD가 추천해주는 제품을 그대로 구입하면 됩니다. 실제 가게에서 주인의 추천을 받는 것처럼, 쇼핑이 간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정보가 좋으면 좋을수록 SNS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도 저렴하게 판다고 해도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이런 큐레이션 커머스는 2011년 오픈한 미국 ‘팹닷컴’의 성공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팹닷컴은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소개하면서 정해진 기간에만 할인가로 판매하는 것이 특징인데 출범 1년 만에 매출 1억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옥션, G마켓, 11번가 등이 큐레이션 커머스를 시작했습니다. 옥션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남들은 뭘 살까’ 코너를 마련했고, G마켓은 ‘G9’, 11번가는 ‘쇼킹딜’을 운영하며 고객들에게 상품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11번가는 2013년 12월에 비해 2014년 2월 매출이 두 배나 올랐다고 합니다.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4000만 개 이상 상품을 판매해 복잡한 게 단점이다. 큐레이션 커머스가 소비자의 피로도를 줄여주고, 매일 올라오는 특가 상품을 확인하는 재미까지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큐레이션 커머스가 확실히 지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은 것입니다.


그 밖에도 세계 각지에서 제작된 일상용품 디자인 제품을 한시적으로 선보이는 ‘미스터쿤’, 바쁜 직장인을 위해 뷰티용품을 선별·추천해주는 ‘미미박스’, 유아용품 전문 큐레션 서비스몰인 ‘퀸스’ 등이 요즘 떠오르는 큐레이션 서비스 쇼핑몰입니다.

커머스를 뛰어넘는 큐레이션 서비스, 바야흐로 ‘맞춤의 시대’

이런 큐레이션 서비스는 상품의 프로모션에 주로 이용되지만, 그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관심 있는 주제의 이미지들을 스크랩해서 공유하는 소셜 큐레이션 사이트인 ‘핀터레스트’의 경우, 2012년 역사상 가장 빨리 1,000만 사용자를 돌파하며 소셜 큐레이션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으로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한 ‘허핑턴포스트’도 뉴스 큐레이션의 한 종류라 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의 뉴스나 SNS의 화제가 되는 소식들을 모아 전문가가 추천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등에서 재미있는 동영상을 소개해주는 ‘세웃동’ 같은 페이지도 동영상 큐레이션 서비스죠.


최근에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건강·의료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SNS 등에서 발생하는 그 사람의 정보를 이용해, 의료인이 소비자의 식생활관리, 병의원 방문, 진단 및 처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큐레이션 서비스가 교육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고, 문화생활을 추천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쇼핑뿐 아니라 생활에 모든 정보와 상품 서비스가 개인에게 최적화된 상태로 제공되는 시기를 살게 된 것 같습니다. 기술의 진화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매일 매일 기대됩니다.



본 글은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4년 4월 15일)에 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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