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 (2014년 9월 발행)
낯선 곳으로의 여행, 특히 언어가 다른 해외로 여행을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자유여행이냐 패키지여행이냐’ 일 겁니다. 패키지여행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고, 자유여행은 여행코스를 마음대로 계획할 수 있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여행이죠. 그런 점에서는 매력적이지만 낯선 곳일수록 큰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반대로 패키지여행은 가이드가 있어 안전합니다. 길을 헤매는 등의 실수도 줄일 수 있고요. 그러나 여러 사람이 동행하는 만큼 개인 시간을 갖기가 힘들고 가이드 비용이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만큼 코스가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여행 방법을 적당히 섞어놓은 것은 없을까요? 개인 시간을 지켜주면서도 필요할 땐 친구처럼 여행지를 소개해주기도 하는 그런 것 말이죠. 이런 고민을 한다면 마이리얼트립(www.myrealtrip.com)이 정답일 수도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이드들이 직접 자신들이 만든 여행상품을 소개하는 사이트입니다. 여행상품에 대한 가이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이용자들은 코스와 가격을 비교해본 후 구입하면 됩니다.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약 5천 명의 여행객이 이 서비스를 통해 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여행자들에게는 특별한 경험과 나만의 여행을, 그리고 가이드에게는 약간의 부수입을 안겨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숙소가 비싼 호텔밖에 안 남았다고요? 장기여행이라 끼니마다 밥을 사먹기가 부담스럽다고요? 그렇다면 에어비앤비(www.airbnb.co.kr)를 이용해보세요. 공유경제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 서비스는 호텔이나 일반 숙박이 아닌 주민들의 빈 방 또는 집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탄생해 공유경제의 선두주자이자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자주 언급되는 서비스입니다. 공동창업자인 조 게비아, 브라이언 체스키, 네이선 블래차르지크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디자인 컨퍼런스 기간 중 참가자들이 호텔 예약을 못해 쩔쩔매는 것을 보고 자신의 아파트를 빌려주고 아침식사까지 제공해주면 사업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에어비앤비를 탄생시켰습니다. 에어비앤비(AirBnB)라는 독특한 이름은 Air Bed and Breakfast(숙박과 아침 제공)를 뜻합니다.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에 독특한 숙소를 가진 사람들과 숙박할 곳을 찾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자 숙소와 여행담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발전했습니다. 작년 전 세계 192개국의 3만 4천개 이상 도시에서 아파트는 물론 별장, 성에 이르기까지 30만개 이상의 ‘빈 방’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저번 겨울에는 아이슬란드에 사는 한 꼬마가 앞마당에서 만든 이글루를 올려놨더군요! 이용요금은 1박에 겨우 1달러였습니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에메랄드빛 해안가를 달리는 게 소원인데 렌트카 가격을 보고 그 꿈을 접었다면, 다시 주머니에서 꺼내 펼쳐봐도 됩니다. 시간 단위로 차를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집카(www.zipcar.com)가 있으니까요. 2000년에 미국을 중심으로 회원제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쉐어링(car sharing) 서비스 집카는 작년 7월 기준으로 약 80만 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차를 빌리고 반납하는 과정이 번거롭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차가 있는 곳까지 스마트폰이 안내하며 스마트폰으로 문도 열 수 있습니다. 많은 곳에 집카 전용 주차장이 있어 차를 빌리고 반납하기가 아주 쉽습니다. 한국에서도 소카(www.socar.kr)나 그린카(www.greencar.co.kr) 등이 집카를 벤치마킹하기도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싶다면 스핀리스터(www.spinlister.com)가 제격입니다. 스핀리스터는 개인과 개인이 자전거를 빌려주는 사이트입니다. 자전거의 사진을 올려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하루 대여 비용은 약 16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아직은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미국의 대도시에서만 활성화되어 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비슷한 자전거 공유서비스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당황하지 말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스크래빗(www.taskrabbit.com)에 접속해봅시다. 태스크래빗은 소규모 집안일이나 심부름을 해줄 사람을 이웃에게서 찾는 사이트입니다. 초기 태스크래빗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장보기, 이삿짐 나르기, 우편물 받아주기, 애완동물 산책시키기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매칭해주는 일을 했는데, 최근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파는 사람들 중에는 한달에 5천 달러까지 버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태스크래빗은 현재 미국 보스톤, 샌안토니오, 시카고, 포틀랜드, 뉴욕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행은 다 끝났습니다. 남은 것은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포옹하고 친구들과 여행담을 나누며 SNS에 견록문을 남기는 일뿐입니다. 앞에서 제안한 여행방법들은 모두 공유경제를 이용한 것입니다. 공유경제가 무엇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감이 오지 않나요?
맞습니다. 공유경제는 서로 빌려주고 빌려 쓰고, 나눠주고 나눠 쓰는 경제활동을 말합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공유경제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단체, 기업이 갖고 있는 물건, 정보, 시간, 공간, 재능 등의 자원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 개념을 처음 사용한 로렌스 레식 교수에 따르면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러 사람이 공유해서 사용하는 것,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나눌수록 재화의 가치는 커진다고 합니다. 사실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우리도 예로부터 물건을 교환하고 빌려 써왔으니까요. 한국 전통 문화인 품앗이는 이런 공유경제의 맥락에 있습니다.
공유경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2000년대 중반 휴대단말기, 스마트폰, SNS의 등장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정보나 지식의 교환과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공유경제가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도 공유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한몫을 했습니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신뢰입니다. 서로의 것을 나누는 데 신뢰가 없다면 공유경제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서비스들도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유경제의 성공적인 모델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용자들 간의 신뢰가 뒷받침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것을 빌려주고, 남의 것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거부감이 신뢰 앞에서 홀연히 사라지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이 신뢰라는 것은 지금 흩어진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불씨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자! 앞서 소개한 여행법이 마음에 드셨다면 여행 계획을 세워봅시다. 또는 여러분도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해 여행객을 맞는 호스트가 되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빈 방을 공유하고, 가이드가 되어 보고, 자전거를 빌려주면서 말이죠. 물론 용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