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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Sep 30. 2016

‘아마’ 들으면 놀랄
‘아마존’의 소비자 혁신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4년 8월 발행)

혁신의 아이콘 애플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났다.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떠오르는 혁신의 스타는 누구일까? 대세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모든 미국 기업의 경쟁자로 만들고, 미국 너머의 세계를 아마존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소비자 혁신에 있다.


당신도 쇼루밍 쇼퍼인가요

실력 있는 장사꾼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친구를 먼저 꼬셔라.” 

함께 온 사람을 공략하면 물건을 쉽게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핀을 판다고 가정해봅시다. 구매를 망설이는 손님에게 “정말 잘 어울려요”라고 말하는 대신 옆에 있는 친구나 가족에게 “이 머리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어때요?”라고 묻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같이 온 사람이 제품을 마음에 들어할수록 사려는 사람은 구매를 더 쉽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장사하시는 분들의 수첩에 이 말을 추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친구의 스마트폰을 닫아라.” 친구가 머리핀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는 사이,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비교해보고 구매를 권하거나 말리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상인들은 제품을 빠르게 팔기 위해선 친구를 꼬시기 전에 친구가 스마트폰을 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비교만 하고, 구매는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하는 사람들을 ‘쇼루밍 쇼퍼 Showrooming Shopper’라고 합니다. 요즘에는 머리핀 같은 액세서리뿐 아니라 생필품과 식료품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들에게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곳은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전시장(쇼룸)입니다. 가격을 비교해보고 온라인이 저렴하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이 저렴하면 그제서야 안심하고 카트에 담습니다. 누구도 이들을 얌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사면 억울한 기분이 드는 게 당연해졌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 쇼룸 또는 만남의 장소로 전략해버린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점입니다. 온라인 서점과 이북(e-book)

의 등장으로 수많은 오프라인 서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비디오대여점 또는 음반 매장은 어떤가요? 이곳에 가본

적은 있나요? 이들 가게들도 온라인으로 모두 옮겨졌습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서점에 가고, 비디오를 빌리고, CD를 사는 일을 온라인에서 해결하게 됐을까요? 또 언제부터 소설책과 영화를 디지털 콘텐츠로 다운받아 똑같은 화면에서 즐기게 됐을까요?


우리가 이렇게 새로운 쇼핑 습관을 들이게 된 것은 아마존(Amazon)의 덕이 큽니다.

쇼루밍 쇼퍼가스마트 쇼퍼로 불리기도 한다.찾는 물건을 보다 저렴하게구매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활용하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소비자 혁신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킨들과 이북 콘텐츠 판매로 대성공을 거둔 아마존은 이제 그 이름만큼이나 사업 분야가 방대해졌습니다. 아마존은 옥션과 지마켓 같은 오픈마켓으로, 써드파티(제3의 업체 Third Party)가 참여해 다양한 물건을 사고파는 온라인 마켓입니다. 그리고 이북과 클라우드를 서비스하고, 킨들, 파이어 같은 이북 단말기와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 판매하는 업체이기도 합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아 해외직접구매(직구)가 가능한 사이트 정도로 알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2억 900만 명이 아마존 계정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입니다.


거대한 아마존의 가장 탄탄한 수익 창출원은 유료 회원제 서비스입니다. ‘아마존 프라임’은 10만 원 정도의 연회비를 걷고 다양한 프로모션과 할인, 빠른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온라인 마켓에서 여러분께 일 년에 10만원을 내면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가입하시겠습니까? 대부분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의심부터 할지 모릅니다. 미국이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2005년 아마존 프라임 회원제를 시작한 이래 2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많은 수의 유료회원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아마존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아마존의 어떤 점을 신뢰했던 걸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소비자 혁신’을 꼽습니다. 아마존이 매력적인 이유는 물건을 고르기가 쉽고, 결제가 간편하고, 배송이 빠릅니다. 온라인 마켓으로써 당연한 것들이지만 사실 그것을 지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한국의 엑티브X를 감안해보세요). 하지만 아마존은 이런 것들을 원칙적으로 지키며 소비자를 위한 혁신을 계속 합니다.


여러 개의 제품을 주문해도 한 박스에 담도록 프로세스를 바꿨고, 공인인증서나 본인 확인절차 없이 로그인만으로 결제가 됩니다. 요즘 온라인 마켓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보안입니다. 그러나 보안에 대한 걱정도 없습니다. 아마존은 해커보다 더 우수한 보안인력을 사내에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이 외에도 아마존의 소비자 혁신 사례는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마존은 ICT를 대입, 또다른 진화를 시작했습니다. 좀 더 쉽고. 좀 더 간편하고, 좀 더 빠르게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입니다. 이중 가장 혁신적으로 꼽히는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1 당신이 무엇을 사야 할지 미리 알고 있다 - 예상배송 서비스

빅데이터란 용어가 뜨기도 전에 아마존은 알고 있었습니다. 고객의 구매정보가 소중하다는 것을요. 아마존은 고객 자신도 모르는 고객의 취향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이메일추천 서비스’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빅데이터의 가치를 좀 더 활용한, 파격적인 행보를 제안했습니다. 바로 ‘예상배송’ 서비스입니다.


예상배송 서비스는 고객 주소지 근처의 물류 창고로 고객의 구매가 예상되는 물건을 미리 배송해 두는 서비스입니다. 당연히 평소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자주 구매하는지, 어떤 물건에 관심이 많은지 미리 파악해 두어야겠지요. 고객이 분유나 샴푸, 화장지 등을 몇 주기마다주문하는지를 기억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물건들은 소비되는 기간이 일정하니까요. 물론 실패했을 때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승부를 자신합니다. 또한 아마존은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미디어까지 동원하겠다는 포부로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하기도 했어요. 아마존은 작년 12월 이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2 냉장고에서 주문하세요 - 아마존 대시

고객충성도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어떤 브랜드를 신뢰하기 시작하면 그 브랜드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늘 찾는 물건만 찾는다는 겁니다. 아이가 있는 집일수록 고객충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한 제품만을 고집스럽게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아마존 대시 Amazon dash’는 파고들었습니다. 아마존 대시는 작은 스틱 모형의 디바이스입니다. 구매하려는 식료품 바코드를 대시에 인식시키면 WiFi를 통해 자동으로 아마존 쇼핑 리스트와 연동됩니다. 쇼핑 리스트에 추가된 제품은 주문 승인/결제 후 24시간 이내 배송됩니다. 대시를 이용하면 물건이 떨어지는 즉시 구입이 가능해집니다. 우유를 사는 행위가 냉장고 안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셈입니다. 현재 시애틀에서 시범 서비스를 운영중인데, 향후 50만개 이상으로 대상 물품을 확대하고 지역도 넓혀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3 배송을 책임지는 무인수송기 드론

2013년 12월, 제프 베조스는 “4~5년 뒤 미국연방항공청(FAA)의 허가를 받아 드론 배달을 실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프라임 에어 Prime air’라고 불렀습니다. 프라임에어는 소형 무인기 드론을 이용해 16킬로미터 이내 30분 배송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입니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포장되어 컨베이어 벨트에 오르면 프로펠러 여덟 개가 달린 무인 수송드론이 배달 상자를 들고 날아오릅니다. 드론은 무인기입니다. 지도는 GPS고요. 드론은 GPS를 이용해 고객의 주소를 정확하게 찾습니다. 이 시스템은 아마존 대시와 함께 사물인터넷의 사례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2.3킬로그램 이하의 소형 제품을 드론을 이용해 배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 아마존의 거래물품 가운데 90%가 이에 해당됩니다. 무인 수송기는 항공법상 국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드론의 등장은 유통 시스템에 한 획을 그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기존에 하루 이틀 걸리던 배송이 30분 안에 가능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마트는 문을 닫고 배송업체는 사람들을 대량 해고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소비자는환영이겠지만요.


소비자가 꼽은 회사

아마존은 2013년 글로벌 소비자 신뢰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처음으로 애플을 누르고 정상에 선 것입니다. 온라인 마켓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마존은 해냈습니다. 앞에 소개한 소비자 혁신으로 말입니다.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소비자 중심적인 회사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업을 시작한 첫날에 불과하다.” 그는 아직도 목이 마른 모양입니다. 아마존은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투자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소비자 혁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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