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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Sep 03. 2020

아이돌 하기에 아깝네요?



어느 아이돌의 무대 영상 밑에 아이돌이라는 이름 밑에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댓글을 봤다. 보자마자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했다. 아이돌 하기에는 아깝네요? 그렇다면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는 것인가? 솔로 가수? "아티스트"?



아마 그 사람이 말하려고 했던 건 아이돌들이 특정 컨셉에 갇히기 때문에? 아이돌 하기 아깝다 뭐 이런 말을 했겠지만 나는 그 말이 참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직업군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은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은연중에 깔아내리는 말 아닌가? 심지어 그 무대 끝난 직후에 해당 아이돌이 자기는 오늘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정말 자랑스러워진 계기가 되었다는 말까지 했는데 말이지.



아이돌. 아이돌이라는 말은 우상이라는 영어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에서는 특정 시스템 속에서 육성된 종합예술인재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시스템 속에서 그들은 무대 능력, 춤, 노래를 포함한 인성 및 언어 교육도 받는다. 요즘에는 그렇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키워진 인재들은 소속사 a&r이 기획한 컨셉과 프로모션을 동반한 앨범을 발매하고, 요즘 아이돌들은 다 작사도 작곡도 배운다. 어느 정도 연차가 차거나 아니면 아예 전소연처럼 처음부터 본인이 다 기획 및 작사 작곡하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의문인 것은, 왜 아이돌 하기에 아깝다는 말이 나오냐는 거다. 아이돌이 도대체 왜? 뭐가? 아이돌은 프로듀싱된 노래를 본인들의 의견을 내어 소화하기도 하고 주어진 노래를 하기도 하며 자신들이 만들기도 한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반드시 이익을 내야 하기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데 그들이 생각하는 가수는 뭐랄까 본인이 본인의 생각을 넣어서 노래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그런 사람들만 말하는 것일까? 조금 웃긴 말 아닌가? 그런 사람만 가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가수는 한 줌도 남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앨범을 기획할 때 아무리 자신이 작사 작곡하는 경우라도 a&r 그리고 회사와 같이 어떤 컨셉을 할지 어떤 이야기를 할지 다 상의해서 진행한다. 무리해서 작사 작곡을 진행하는 것보다 음악을 구매하여 자신의 노래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아이돌들의 능력을 가지고 뭐 처음 받은 노래보다 이들이 소화하는 노래가 별로라느니 그런 말도 도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노래 능력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만 그렇다면 원곡자가 노래를 내시지 그것을 왜 팔았을까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들은 스타성이 있는 아이돌에게 노래를 팔아 수익을 얻는 것이 본인이 내서 수익을 걷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가수의 이름이 알려져야 사람들이 노래를 듣는다. 이름을 알리는데 드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미 이름이 알려진 가수에게 노래를 파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술을 업으로 삼으려면 돈이 돼야 한다. 이게 천박한 예술이느니 어쩌니라고 말할게 전혀 아닌 게, 무엇을 직업으로 삼으려면 그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는 21세기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돈이 되려면 스타성이 있어야 한다. 그들의 스타성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돈을 쓸만한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디 뮤지션들이 괜히 유튜브를 활발하게 하려고 하고 스타로서 그들을 정체화 하는 게 아니다. 가수 본인의 생계만 달려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 뒤에 있는 수많은 인력의 페이가 그들의 노래와 앨범, 그리고 활동에 좌우되는데 사람을 모으려는 노력은 어디서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성을 지닌 이들이 노래를 잘하는 것, 무대를 잘하는 것은 정말 당연히 중요한 일이겠지만, 가끔은 노래 능력보다 스타성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어찌 됐든 돈이 모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마케팅과 프로모션 그리고 콘텐츠가 너무나 중요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래 좋은 건 사람들이 귀신 같이 안다. 노래가 좋고 잘하는 것은 기본 베이스로 깔되, 좋은 노래는 사 오면 되고 잘하는 것은 실력이 늘기도 한다. 본인의 노력 여부에 달린 것이지. 노래만 잘하는 그들이 가수를 하지 않고 노래를 파는 데는 이유가 있다. 노래가 부족하더라도 이들이 가수를 하는 것도 이유가 있고. 그리고 아이돌들이 잘하는 것은 본인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 그리고 시스템 하에서 육성된 실력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시스템 하에 있기 때문에 그들이 인지도를 얻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보여줄 기회가 있는 것이고. 물론 이 시스템에는 하자가 많기에 이 시스템이 완벽하거나 찬양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 시스템을 무슨 공장 바라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달라는 이야기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예술 물론 다 좋지만 왜 아름다운 예술은 돈을 벌면 안 되는 건가? 돈을 벌지 못하면 그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새로 그 분야에 지원하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케이팝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케이팝이 돈이 되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이를 직업으로 가져도 괜찮겠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돌이 수익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수의 아이돌이 소속사의 재정난으로 해체하는데도 계속해서 이 직군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어떤 아이돌은 수조를 벌고 또 어떤 아이돌은 해외투어를 돌고 인지도를 쌓으면서 일을 하는 것을 사람들이 목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아이돌 하기에 아깝다거나, 아이돌을 소비하는 이들을 여고생 정도로 취급하는 구시대적인 인식에서 모두 같이 벗어나 주었으면 한다. 그 말이 그들의 직업과 산업과 이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을 무시하는 아주 무례한 말이라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 산업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는 게 참 웃기다. 산업에 대해 통달 했다는 듯이 이들의 노력과 이들 뒤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을 터부시 하지 말자. 그게 산업에 종사하고 피땀 흘리며 노력해온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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