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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Aug 04. 2020

케이팝의 미래

   


   2016년까지만 해도 케이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고.. 정점을 찍었으니 천천히 내려오겠군!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홍콩영화나 제이팝이 한국에서 인기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근데 웬걸? 2017년에 한 그룹의 떡상으로 갑자기 케이팝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원래도 돈이 많이 오가는 시장이었지만, 갑자기 모든 남돌이 조금만 뜨면 해외투어를 돌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투어? 그럴 수 있지. 근데 이제 미주 투어를 돌기 시작했다. 한두 그룹이 아니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여섯 그룹이 넘는다. 이게 절대 작은 숫자가 아닌 게 2015년 이전에 케이팝 역사에서 미주 투어란 실패와 좌절의 역사였고 미주 시장이란 케이팝 아이돌에게 난공불락과 같은 말이었다. 3사의 연이은 실패만 봐도.




   그런데 갑자기 3사가 처음 들어본 모 그룹이 떡상을 하기 시작하더니 손쉽게 미주 시장 문을 따고 들어갔다. 아니, 따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미주에서 제발 와달라고 어서 와달라고 러브콜을 보내 초대를 받고 들어갔다. 미주가 그렇게 문을 열었던 이유는-복합한 이유가 있을 것이나 미국만큼 돈 냄새를 잘 맡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돈 되는 것이면 뭐든 한다. 케이팝 아이돌의 팬 베이스 특성이 대체로 충성도가 높고 돈을 많이 쓰고, 실 제로 그들을 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케이팝 해외 팬 특성) 한다는 것을 깨닫고 케이팝 아이돌을 데려오려고 안달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초대된 케이팝 아이돌은 옛날에 립싱크 핸드싱크 하던 아이돌이 아니었다. 종합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 있으면 어떻게 해도 뭐가 된다는 걸, 돈이 된다는 걸 미주도 알게 됐다.




   케이팝이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국내 음원시장이 10-20대 위주로 돌아간다는 걸 알면 이해하기 쉽다. 국내 음원서비스의 대부분의 고객은 10-20대와 같은 젊은 층이며, '신곡'을 소비하는 경우 훨씬 평균 연령이 어려진다. 다수의 아이돌 그룹이 대박을 치는 것을 보면서 한국 기획사들은 그렇게 어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아이돌'을 만드는 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 닫고,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에 모든 돈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아이돌은 음원이 잘 되지 않아도 음반을 팔면 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앨범 한장이 13400원 정도 하는데 요즘은 3-4개가 한 세트로 나오고, 실구매자가 10000명이라고 쳤을 때 13400*3*10000=4억 2백만원을 벌 수 있다. 억 단위로 돈을 벌 수 있는 음원은 거의 없다. 그건 전세계 음원시장의 문제이기도 한데.. 음반이 음원보다 돈이 더 되는 세상에서 아이돌팬들은 여전히 앨범을 구매할 의사가 있기 때문에 아이돌은 돈이 된다. 물론 적자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잘 되면 수익의 제한 없이 거의 무한대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두 여기에 뛰어들고 돈을 쓰는 것이다.




   실제로 기획사의 신인개발팀은 전세계 모든 곳을 돌아다니면서 오디션을 보고, 세계 각지에서 길거리캐스팅을 해온다. (모그룹의 멤버는 미국 고등학교 점심시간에 책상위에서 춤추다가 캐스팅됐다고 알고 있다)




   게다가 세계에서 한국만큼 대중음악시장이 큰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자국어로 된 음악 시장이 큰 곳을 찾아보기 아주 어렵고, 대부분의 국가 상위권에는 영어 노래가 가득하다. 그래서 미국이 대중음악시장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거고. 근데 미국은 또 신인이 데뷔해서 빛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극히 드물어서 소수의 싱어송라이터들만 억만장자가 되는 구조고 그 열손가락 즈음되는 가수들을 뺀 나머지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아마 투어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투어도 인지도가 있어야 하고 인지도를 쌓으려면 쇼에 나가야되는데 거기는 음방이 있는 것도 아니라 노래가 반응이 오면 사후에 시상식의 초청을 받기 때문에 내가 알기로는 성공은 이 뫼비우스의 띠를 벗어날 수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하여 미국의 작곡가/작사가/DJ/A&R 등등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하지 않다. 대부분의 가수들은 자기가 노래를 쓰니까! 미국 뿐 아니라 유럽의 경우도 똑같다. 스웨덴 네덜란드 뭐 거기서 유명한 디제이나 작곡가들도 마찬가지다. 거기는 음악 시장 자체가 콩만하니까. 자! 그리하여 전 세계의 작곡가/작사가들이 한국에 모여서 송캠프라는 것을 열게 되 었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과 수준있는 음악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져 한국에서는 굉장히 많은 송캠프가 열리고, 한국의 작곡가/작사가들과 해외에서 온 이들이 섞여서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1박에 걸쳐서 노래를 만든다. 이걸 팔아주는 업체도 따로 있다. 놀랍죠? 이들만 있는게 아니라, 아예 회사 자체에서 A&R팀을 꾸려서 자체적 으로 음악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빅히트나 알비덥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팬들은 아이돌을 더 많이 보고 싶어하고, 더 많이 컴백하기를 원한다. 자체제작 아이돌 작사작곡에 참여하는 아이돌도 물론 많지만, 노래를 잘 만드는 사람이 노래를 만들고 춤과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춤과 노래를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여튼 그렇게 엄청난 시스템을 구축해버린 케이팝 시장은.. 모종의 사건을 거쳐 미주에 열리게 되고.. 아마 그들 눈에는 일종의 '심봤다'처럼 보였으리라 생각한다. 미주에 한국 아이돌만큼 춤추는 아이돌? 없다. 춤추면서 노래하는 그룹? 있어도 한국 아이돌만큼 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본다.




   개천에서 용이 나긴 나는건지 뭔지 영화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뮤직비디오 산업도 커지면서, 전문적으로 뮤직비디오를 찍는 팀들도 많이 생겨 이들끼리 경쟁하면서 수준이 올라갔다. 이정도 레벨의 뮤직비디오를 찍어낼 수 있는 팀은 세계에서도 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뮤직비디오 산업도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사람을 갈아넣거나 돈을 못 받을지언정 작품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내지 못하는 -가오 빼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 투성이인 한국에서 대중예술계는 그냥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이었다. 예산이 모자라서 뮤직비디오 총감독이 미술감독도 했다는 썰 조연출은 최저시급을 받지 못하는 것 등등.. 문제가 많으나 예술은 가오 빼면 남는게 없는 사람들 투성이라 다들 죽어도 작품은 완성시키고 간다.




    그렇게, 2020년이 왔다. 케이팝 시장의 파이를 키운 그룹의 멤버는 이제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떠난다. 미주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그룹도 마찬가지다. 해외 진출, 특히 미주 진출의 최전선에 있었던 그룹들이 이제 거의 정점을 찍고 그룹 활동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 왔다. 그리고 그들을 대체할만한 그룹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블핑 스키즈나 아스@트로 super 같은 그룹들이 미주 투어를 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쇼에 '초청'되고 괜찮은 성적과 팬덤을 가진 이들은  생각에는 없다. 미국에서는 그렇고 한국에서는  그렇듯 여럿 아이돌이 포진하고 있으나 누가 왕좌에 오를 것인가? 신인 그룹들 중에서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가?  미지수다.  누군가 왕좌에 올라야  필요는 없는데, 프듀가 아이돌판 시장을  키운 것처럼 모든 것을 초월하는 인기는 시장 전체에 활기를 주기 때문에.. 시장의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냐? 케이팝이 앞으로도 해외에서 잘 팔릴 것이냐? 나도 모른다. 점쟁이도 모를껄? 엔터사업은 원래 예측 가능한 사업이 아니고 불확실성에 올인하는 사업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제 그만 해외에서 인기 있어도 될 것 같다. 기획사의 창작물로 벌어먹고 사는 리액션-유튜버들이나 키워줬더니 해외에 효도하는 꼴을 적게 보고 싶다. 내한가수도 아니고 한국 가수인데 1년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뇨? 아무리 돈이 많이 된다지만 그것도 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소리 아닐까? 해외에서 정말로 존경해서 애들을 데려간다기 보다 돈 벌기 위해서 데려가는 거라 대우가 좋지 않은 경우도 파다하다.




    더욱이, 코로나 이후의 아이돌 시장은 많은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산업에서 가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인 공연과 해외 투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연으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해도 온라인 콘서트는 아마 오프라인 콘서트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발터 벤야민이 말했던 아우라가 가장 잘 발휘되는 예술이 공연인데 현장감 없는 공연이 실제 공연을 대체할 수 있을까? 어느정도 팬덤이 모여야만 할 수 있는게 온라인 콘서트인데 그렇지 않은 아이돌은?




   자국이기주의가 강해질 것이라고 예측되는 상황에서 현재 해외팬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국내팬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도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점쟁이도 미래를 모르는 케이팝이지만 오랫동안 번성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다. 언제나 지속가능한 케이팝을 꿈꾸기에.





-이상 책 읽다가 엘리트주의는 엔터 사업에 필요없다는 말에 삘받아서 해본 케이팝 사후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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