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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Oct 20. 2020

What should we do?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


   What should we do?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말이 내가 넷플릭스 영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뒤에 떠올린 말이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생각에 이미 세 장을 꽉 채운 일기를 쓰고 잠들었고, 생각을 좀 정리한 채로 이 글을 쓴다.



    인류는 유례없이 빠르고 발전된 기술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중이다. 최근에 발표된 아이폰 12에서 애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현재까지 가장 빠른 통신망인 '5G'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신제품 발표회에 버라이어존 헤드를 초청하기도 했다. 집에서 누워서 몇 번의 터치-이제는 클릭도 아니다-로 누군가 나 대신에 장을 봐줄 수도 있고 유튜브는 시청기록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돌려 내게 영상을 추천해준다. 음악도 내가 스스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보다 취향 기반 추천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으로 멀리 떨어진 가족과 안부를 물을 수도 있고, 시간대가 13시간 차이가 나더라도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수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뒤로하고,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잘 논의하지 않고, 잘 모른다. 적어도 그게 내가 이 다큐를 보면서 한 생각이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소셜 미디어가 돈을 벌기 위해 내세우는 사업 모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이 다큐를 보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과, 이 다큐를 보고 나서 한 생각,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이 다큐에서 충격적이었던 말 중 하나는 만약에 판매대 위에 아무것도 없고 공짜로 무엇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때는 당신이 판매 물품인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정확한 문장은 아닐 수 있지만 뉘앙스는 정확히 저러했다. 유튜브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아할 것이 아니라, 당신의 정보가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의 말초신경을 교묘하게 조종하여 sns에 중독되도록 유도하고, 중독된 사용량을 바탕으로 그들은 돈을 번다. 이때 사용자의 건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아이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루키즘을 흡수하고 그로 인해 본인의 얼굴과 몸을 증오하는 것은 그들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 플랫폼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머신러닝을 시킨 알고리즘을 사업 모델로 이용할 뿐이다. 미국에서 소셜미디어가 등장한 이후에 여성청소년들의 극단적인 시도가 그 이전 증가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아마 더 복합적인 요인이 섞여있겠지만, 루키즘이 전보다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진행되는 연예인에 대한 코멘트가 점점 품평으로 강도가 세지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별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최근에는 외모 평가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외모 칭찬 혹은 평가가 칭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뿐만 아니라,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위해서 예쁜 카페를 가고,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친구를 만나고, 소셜 미디어 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겉보기에만 예쁜 인스타 카페들이 다수 등장한 것만 봐도 이 플랫폼이 이 땅을 얼마나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 버튼을 가치와 혼동하고 있다는 말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왜냐면 내가 지금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요를 많이 받은 사진과 글은 가치 있고 좋아요를 받지 못한 사진과 글은 가치가 없는 글인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5분에 한 번씩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에 중독되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없을 경우 좌절한다. 성인들도 그러한데 자아가 불안전한 청소년기에는 더할 것이다. 이 다큐에는 페이스북 초창기에 좋아요 버튼을 공동 개발한 개발자도 나오는데, 그 사람은 처음에 사랑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수 전파할 이 목적으로 좋아요 버튼을 만들었지만, 좋아요를 받지 못해서 불안을 겪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한다.



   'We were naive about the flip side of the coin.'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에서 2030 백인 남성 몇십 명이 만든 플랫폼으로 전 세계 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그것이 극단적인 결과로 치닿을 수 있다는 부작용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 플랫폼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전파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유토피아이자 동시에 사람들의 어두운 면들이 극대화되어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판을 치는 디스토피아기도하다. 그들이 만든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이 어떤 나라에서는 인터넷 자체라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거짓 뉴스에 선동되면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결국에 피해 집단이 집단 이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게 페이스북의 잘못이 아닐까? 플랫폼의 목표는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고, 때문에 플랫폼에 더 오래 붙들어두기 위해서 이용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든 아니든 이목을 끌만한 것들을 알고리즘으로 제공한다. 이용자의 취향에 맞추어. 지구 상에서 사용자를 customer 이 아니라 user라고 부르는 것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와 마약 판매상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이라고 이런 일이 없을까. 한국은 음원 사재기 문제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고, 이 때문에 음원 발매 시간도 바뀌고 음원사들의 정책도 바뀌었는데, 이 시작은 페이스북이었다. 페이스북에서 알고리즘으로 노래를 다수에게 노출시키는 것으로 인해서 '음원차트에 진입했다'라고 적어도 그들은 주장한다. 그들이 페이스북에 광고를 어떻게 주었고 이게 실제 사실인지조차 모르지만, 한 사업 분야를 흔든 사건의 중심에는 페이스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진실된 뉴스보다 6배 빠르게 퍼진다는 가짜 뉴스는 한국에서도 유튜브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이 있는 광복절 시위는 코로나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 플랫폼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이야기인지는 모른다. 역사에 만약은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플랫폼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말고도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한 시간 반 동안 꼼짝도 않고 뚫어져라 영화를 본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머리를 치는 이야기들이 많았으니 꼭 한번 직접 봐보기를 추천한다. 이 다큐를 본 뒤에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왜냐면 정말 맞는 말이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을 실제 개발자들 입장에서 말하니 이것은 정말로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 소셜 미디어 중독이 현대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관심분야가 엔터 분야이다 보니 sns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내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것이 사실 플랫폼들이 내가 그런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니. 그리고 실제로 유도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잘못된 수익 모델을 고쳐야 한다는 말이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었다. 사용자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 현재의 수익 모델을 계속 유지할 것이 아니라,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수익 모델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잘못된 수익 모델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한국의 방송가가 떠올랐다. 잘못된 수익 모델의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하는 것이 유아 관찰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다. 이 예능의 유해함에 대해서는 수백 번을 말하고 다녔지만, 이 곳에서는 처음 말하는 것 같다. 유아 관찰 예능은 대부분의 해외 국가에서는 불법이다. 이런 프로그램 자체를 만들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돈을 받고 출연하는 노동에 해당되는데, 어린이가 본인이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노동을 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된다. 몇 세 이하의 어린이가 아예 방송 출연을 할 수 없다는 법이 있는 나라도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유아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애교부린다'라고 부르는 것을 전 국민이 즐기고, KBS는 이 프로그램에게 프로그램 대상도 줬다. 잘못된 수익 프로그램이다. 부모에게 돈을 지불하면서 아버지가 아이 양육을 한다는 것을 기획의도로 퉁쳐 아이들의 귀여움을 파는 것이 정상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아이들은 프로그램 선택에 대한 출연권을 결정할 수 없다. 부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데 이것이 나중에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교실에 들어갔는데 친구들이 예전 아깃적 영상 중에 중학생이 느끼기에 수치스러운 장면을 틀면서 그들을 놀리고 괴롭힌다면? 그런 부작용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까? 가끔 책임감 없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전에 논란이 되었던 악플의 밤 같은 경우도 악플을 읽는 공인들의 정신 건강에 대해서는 고려를 하고 방송을 했던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는 코멘트를 여러 번 들었다. 내 생각도 그와 같다. KBS의 기둥이라고 하는 윌리엄 벤틀리를 소비하는 것이, 그들의 귀여움에 열광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시청자들이 꼭 한번 생각해줬으면 한다. 방긋방긋 웃고 애교하는 것이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소리도 지르고 뛰어다니고 사고를 치고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혼나고 짜증도 내고 성인이 보기에 왜 이래?라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에서 그런 모습을 다 거세한 채 마치 인형이 움직이는 것처럼 연출해서 그렇지. 저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국가가 이것을 출산장려 프로그램으로 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다시 소셜 미디어로 돌아와서,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기울어진 땅을 다시 돌릴 수 있을까? 기울어진 땅을 돌리는 것은 정부 혹은 개발자들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법을 제정하고 세금을 물리고 그들이 정보를 수집할 수 없게끔 해야 땅은 다시 평평해질 것이다. 'USER'인 우리는 마냥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런 소셜 미디어에 일하는 실리콘밸리의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거나, 스마트폰을 가지도록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려면 적어도 16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자기 전 30분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고 침실에는 스마트폰을 가져오지 말라고 한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시스템을 만들었던 개발자는 크롬에 유튜브 추천 시스템을 제거하는 확장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개발자들도 자신들이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본인들도 중독되어 있는 것이 있어 이걸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들도 쉽지 않다고 한다. 즉각적인 도파민 분비로 보상을 주는 이 시스템에 중독되지 않은 현대인이 있을까 싶다.



   이 다큐를 끄고 난 뒤에, 나는 가장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다. 화장실 갈 때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화장실에 가는 짧은 순간에 핸드폰이 왜 필요하다고,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다. 또한, 자기 전 30분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쓸데없이 돋보기를 보거나 유튜브를 돌아다니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필요 없는 앱도 전부 지웠다. 원체도 필요하지 않은 알림이 오는 것을 싫어하여 대부분 꺼놓았던 알림에 추가하여 필요 없는 알림을 다 끄고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들만 남겨두었다. 인스타 본계정은 비활성화를 유지하기로 하였으며, 페이스북은 오래전에 계정을 삭제했다. 나는 트위터를 가장 많이 하는데, 트위터도 새로운 알림이 뜨지 않는 이상 들어가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려고 한다. 아예 필요한 공부를 하거나. 생활습관을 아예 뜯어고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꼭 지키려고 한다.



    어제 일기에 아마도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썼는데 그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 다큐는 그만큼 충격적이었고 생각할 거리가 많았으며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는 아무도 5분에 한 번씩 사회적인 평판을 받도록 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최대한 이 신조를 유지해보려고 한다.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 다들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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