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독서 기록
"도서관에 가서 책 빌리면 되잖아"라는 말을 이사 오기 전까지 한 번도 체감해본 적 없다. 도서관이란 언제나 멀리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가기도 어려운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학교 도서관도 지역 도서관도 먼 곳에 있었다. 그래서 매번 책을 샀다. 도서관까지 가는 것보다 집으로 책을 시키거나 전자책으로 책을 사는 게 편했기 때문이다. 최근 종이책의 매력을 알게 되고, 제목에 이끌려 샀다가 읽지 않는 전자책이 늘어나면서 점점 책을 덜 사게 됐다. 책은 읽고 싶지만 도전하기 어려운 상황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보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 갈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책을 자주 빌리고, 많이 읽기 시작했다. 대단히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고 있는 시기는 맞으니 읽었던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칵테일, 러브, 좀비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지만, 이제야 읽게 됐다. 모든 사람은 다른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세계도 다르고, 문체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작가 둘의 성향을 본다면 김초엽 작가는 다정하나 과학으로 세밀하게 쌓아 올린 세계에 대한 글을 쓰는 편이고, 정세랑 작가는 온화하나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힘 있게 실린 글을 쓴다. 조예은 작가는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처럼 독특하고 현실과 지독하게 맞닿아 어지럽기까지 한 세계를 그린다.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데 또 장르소설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이야기를 또 가볍게 풀어낸다. 데이트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의 목에 가시가 걸렸다고 표현하거나, 스토킹을 당한 주인공을 구해줘 애인이 된 이를 죽인 사람이 알고 보면 또 주인공에게 중요한 인물이라든지, 아빠가 좀비가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겠냐고 묻는다든지 어느 하나 평범한 이야기가 없어서 순식간에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말하지 않겠다. 한 마디로 재밌는 책이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뒤, 그에게 다시 편지를 보내는 일을 생각해본 적 있나. 생각보다 더 허무하고 덧없는 일이다. 편지의 수신인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편지는 오롯이 남은 이를 위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신인이 이 편지를 받길 바라는 맘은 변하지 않는다. 이 편지는 이브 생 로랑의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가 세상은 떠난 연인에게 보내는 1년간의 편지다. 연인을 잃고 난 뒤, 연인이 받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이브 생 로랑은 여성정장을 만듦으로써 여성의 편에 섰다며 그의 업적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그를 여전히 그리워하지만, 남은 사람의 몫이 무엇인지 말하는 편지이기도 하다. 같이 살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광적으로 수집했던 미술품을 경매에 부치고 같이 사귀었던 친구를 떠나보내며 남은 사람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말한다. 남은 사람에게는 슬픔도 밝음도 같이 찾아온다. 피에르 베르제의 말을 빌리자면, "너도 알다시피 밝음은 슬픔의 반대가 아니니까."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내게는 겁내지 않는 방법이 필요했다. 겁내지 않고 실행할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 책을 빌렸다. 창작은 필연적으로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까지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연은 본인이 느꼈던 일화를 바탕으로 어떻게 크고 작은 두려움을 극복했는지 말해준다. 창작자라면 반드시 느끼는 자괴감, 열등감, 슬럼프를 본인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는데, 사람은 신기하게도 나와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받는다. 그림이 아니더라도, 한 번이라도 무언가를 창작하기 전에 망설였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두려울 정도로, 욕심이 날 정도로, 덜덜 떨릴 정도로 내가 그림을 잘하고 싶고 사랑하는구나"라고 말했던 작가처럼 무언가가 두렵다면 그만큼 잘 해내고 싶고 또 사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