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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름 Aug 18. 2022

그 MZ세대가 원하는 예능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과 뿅뿅 지구오락실




TV는 언제 권력을 잃었을까. TV가 권력을 잃었나? 인터넷에서 활동하던 인플루언서들이 티비 프로그램에 캐스팅되면서 TV는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TV 앞에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영상을 유튜브, 틱톡과 같은 SNS 플랫폼으로 확인하는 시대다. TV는 권력을 잃어간다. 다만, 달라진 플랫폼이 TV가 권력을 잃어가는 유일한 이유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8월 18일 현재 1000만, 535만 조회수를 돌파한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채령, 형원 편



여기, 지금 가장 뜨거운 예능이 있다.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과 ‘뿅뿅 지구오락실’은 지금 가장 화제 되는 예능이다. ‘뿅뿅 지구오락실’은 연이어 TV 화제성 조사 1위를 달성하고 있으며,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은 공개되자마자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를 장악하고 몇 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데 더해 몇 번이나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세븐틴의 호시, 있지의 채령, 몬스타엑스의 형원편이 화제가 되었다. 취하면 얼음을 껴안는 호시와, 채령의 프링글스 한 통 논란과 형원이 숟가락으로 맥주를 따는 장면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법한 유명한 장면이 됐다. 10년 전이라면 아마 상상도 못 했을 일이지만, 지금 시대에는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스물한 살 이영지가 여러 게스트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본모습을 이끌어내는 장면이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견인한다. 편안함을 느낀 게스트가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 그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평이 다수다. 대부분의 게스트인 아이돌이 술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술 마실 때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화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이 금요일 7시에 공개되고 트위터 실트를 장악한 이후, 금요일 8시 50분에는 ‘뿅뿅 지구오락실’이 방영된다. 대략 20분가량 되는 예능을 보고 한 시간 동안 떠든 사람들은 다음으로 지구오락실을 보러 간다.





‘뿅뿅 지구오락실’ 멤버는 코미디언 이은지, 오마이걸 미미, 래퍼이자 인플루언서 이영지, 아이브 안유진이다. 이 넷은 웹예능에 익숙하고, 소위 말하는 MZ 세대(알파벳이 도대체 뭐라고)에게 인기가 많으며, 자기만의 플랫폼을 운영해본 사람이다. 이은지, 미미, 이영지는 각각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안유진을 포함한 넷은 각자 자체 컨텐츠 뿐만 아니라 타 웹예능에 출연한 경험도 많다. 이게 뭐가 중요하냐면, 이들은 모두 유튜브로 영상을 보는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얼굴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자신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알아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이영지가 유튜브 채널에 올려 800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러브다이브 챌린지라든지, 쉬라고 해도 계속 춤추고, 왜 이렇게 게임을 안 주냐고 제작진을 구박하는 모습은 기성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장면이다. 출연자가 제작진의 지시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꾸 스스로 뭘 만들어내니 새로운 그림이 탄생한다. 티비예능을 많이 만들어내 본 제작진이 그런 출연자의 모습을 티비예능의 문법에 맞게 편집하니 이들을 잘 몰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




TV에 볼 게 없다. 왜냐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안 나오니까. 그런데 만약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티비에 나온다면? 궁금해진다. 그리고 티비를 틀어서 예능을 한번 확인해본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어? 근데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이 기성 제작진을 당황하게 만든다. 신선한 장면이 티비에 등장한다. 그럼 흥미가 생기니 계속 보게 된다. 그게 ‘뿅뿅 지구오락실’이 시청률 8%를 기록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예능을 보고 싶어 한다. 쏟아지는 수많은 웹예능이 그 방증이다. 작게는 백만에서 수백만까지 조회수가 나오는 웹예능을 보면, 예능은 아직 수요층이 탄탄하다. 하지만 똑같은 건 지루하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고, 플랫폼이 변화했기 때문에 외면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이 새로운 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했는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이 지금 시대가 원하는 예능이라면, ‘뿅뿅 지구오락실은’ 지금 시대가 원하는 예능을 만들어보려고 기성 제작진이 머리를 모아 만들어낸 결과다.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고, 재밌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사람들은 기꺼이 다시 TV 앞에 앉을 의사가 있다. 시간이 없다면 OTT이용권을 결제해서라도 본다. 티빙 실시간 프로그램 순위에 ‘뿅뿅 지구오락실’은 거의 내려간 적이 없다. 보통 프로그램이 방영 직후 반짝 치고 올라온 뒤 사라지는데도 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람들이  번에서 하는지 몰랐던 ENA라는 채널에서 방영됐지만, 시청률 13% 돌파했다. 물론 넷플릭스에서   있었기에 사람들에게 쉽게 노출될  있었지만, 콘텐츠가 어디에서 방영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이제 무엇보다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무엇을 만들든 재미만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그곳으로 간다. 화제성은 플랫폼이 만드는  아니라 콘텐츠가 만든다는 당연한 명제가 더욱더 확실한 시대가 왔다. 시청자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파악하는 창작자가 웃을 것이고, 파악하지 못한다면 웃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TV가 잃어버린 권력은 시청자의 손으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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