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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세 Dec 13. 2016

비사교적인 사람을 위한 사교모임

홍차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영국인이 홍차를 끔찍하게 아끼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오는 불편함을 견디기 위해서임을 알게 되었다. 

대화가 끊기고 어색해질 때

영국인들은 주전자 물을 올리고 차를 우리는 부산스러운 행위를 하면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고 한다. 


제인 오스틴으로 대표되는 영국 고전 소설에서 

왜 그렇게 티타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왜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해서 엉덩이만 붙였다 일어나는지 

이해가 되는 국민성이다. 


그러다 문득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교적이지 않은 사람을 위한 사교모임'을 만들면 어떨까?

이 모임에는 몇 가지 특수한 규칙들이 있다. 

모임은 약속된 장소에서 정각에 시작되지만

간단한 눈인사나 목례 정도만 나눌 뿐 다른 겉치레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례한 것이 아니며 인사는 간단할수록 좋다.

정해진 시간 동안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되

절박하게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다음 모임 장소를 정한다.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장소를 추천하는데 (가보고 싶던 카페, 공원, 영화, 전시회, 자기의 집 등) 

누가 추천한 것인지 알 수 없도록 익명으로 종이에 적은 후 대표자가 제비뽑기를 해서 정한다. 

다만 꼭 사교적으로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쪽지를 건네줄 수 있지만

그 답장은 다음번 모임에서만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교적이지 않은 사교모임'덕분에 너무나 사교적인 성격으로 변하여서

이 모임이 지겨워진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탈퇴하면 된다. 


어떤가.

아무도 안 오겠지.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비사교성을 철칙으로 정해놓으면

사람들은 사교를 하고 싶어서 못 견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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