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새해가 되었고
벌써 한번 차였고
그리고 그 남자에게 '너는 글 쓰는 것보다 놀 때 더 행복해 보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찔리고 아파서 변명을 하느라 구차해졌고
돌아오는 길에 울적한 노래를 열창하는 찌질한 여자가 되었다.
글쓰기를 포기하면 내가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안절부절하는 내게,
그는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키키 키린의 대사를 인용해주었다.
"행복은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그리고 덧붙였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것에 괜히 에너지를 쏟는 것이
인생을 소모하는 것이라 해도,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당신에게 마음을 쏟고 애정을 숨기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뜨거운 사람이라서 내가 좋다.
차여서 속상하고
정승환을 미친 듯이 반복하고
진부한 방법이지만 머리 스타일도 바꿔보고
혼자 힘으로 컴퓨터를 포맷했다가 한글 파일을 못 여는 상황에 처했더라도
일단 나는 뭐든 했잖아.
새해 벽두부터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었겠다.
요 며칠 동안 나는 왜 사는 걸까 바닥을 긁고 있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면
다음 펀치는 무엇인가, 무엇이든 맞아주지.
하는 용기가 생긴다.
역시 나는 나를 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