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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세 May 04. 2017

정동진


친구들하고 정동진으로 급작스러운 여행을 다녀왔다. 


새벽을 달리는 무궁화호 안에서 다섯 시간의 피곤함이 무겁게 쌓였다.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선명하고 붉은 태양을 만났다.

잔잔해서 기특한 바다도,

시끄럽지 않은 바람도,

시원한 날씨마저 모두 적당해서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왜인지 

이 순간을 함께 공유하는 이 친구들이 

모래처럼 파스스 나를 빠져나가는 것 같다.

붙잡아 두고 싶은 것들이 모두 야속한 것처럼.


정동진의 완벽한 일출 보다도 친구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를 이유 없이 사랑해주는 철부지 같은 친구들.

내가 모나고 서운하게 굴 때에도 내 숨겨진 진심을 알아봐 주는 친구들.


나는 아주 오랜 후에 이때의 정동진을 추억하는 노인이 되었다.

그때에 이 친구들이 먼저 죽고 없다면 

이 날의 정동진은 얼마나 아름다운 때겠는가.

너희를 정동진 바다에 꽁꽁 묶어두고 영원히 사랑하고 싶다. 

어디에도 가지 말고 변하지 말고 아프지 않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름다워서 그만 조금 슬퍼져 버렸다. 

그 순간에 영원히 살고 싶었다.


너희가 있어서 좋다고, 말해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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