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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세 Jul 28. 2017

빈티지 유리잔

요즘 관심사가 뭐예요? 취미라든가.


갑자기 공격받은 듯한 기분이 들고, 동공 지진이 일어나는 걸 보니까

이거 나에게 꽤 곤란한 질문인가 보다. 


글쎄요...

책이나 영화보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취미랄 것 까진 아니고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지만 그건 누구나 그러는 거 아닌가.

그럼 나만의 취미는 뭐지.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취미 하나 없잖아..

하면서 또 자기비하의 동굴로 들어갈 때쯤

나는 그저께 서점에서 산 잡지 <어라운드>를 들고 외관이 괜찮아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더랬다. 

이 카페는 인테리어나 바리스타, 원두에는 신경을 쓰는지 몰라도 커피잔 센스는 꽝이군.

테이크 아웃용 플라스틱 잔에다 커피를 담아 주다니.

나는 요새 가게가 좁다는 이유로 의자를 아주 불친절하게 만드는 카페에 괜히 심술이 나 있고

커피값은 비싸면서 플라스틱 컵을 내놓는 카페가 아주 밉다. 

모든 건 디테일로 남는 거라고. 에헴.


하면서 <어라운드>를 읽다 보니까 

나의 취미는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맛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뭔가를 읽고 쓰는 것이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오 취미 하나 발견.


<어라운드>의 7월 주제는 "드링킹".

술과 커피, 홍차 등 다양한 마실 것은 물론 마실 거리를 담는 그릇들도 소개되고 있었다.

그중에 내가 꽂힌 것은 아주 얇고 투명한 빈티지 유리잔으로 

겉에 야자수, 파인애플 등의 프린트가 새겨진 것이었다.

이 여름 느낌의 잔만 있으면 인생의 행복도가 올라갈 것 같다. 

즉시 인터넷을 뒤져서 이런 빈티지한 유리잔을 찾기 시작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참에 빈티지 유리잔을 수집하는 취미를 갖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집에 왔는데 찬장에서 발견한 아주 오래된 유리잔.

하와이안 프린팅은 없었지만 잔잔하고 빈티지한 모양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단박에 그 유리잔을 사랑하게 되어서 즉시 오렌지 주스를 따라본다. 


거창한 관심사나 취미가 아니더라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서울에 있는 작은 빈티지 소품점을 찾아 적어 놓고

여기를 군데군데 다니면서 내가 원하는 유리잔을 찾아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럼 그렇게 말하고 다닐 수 있겠지.


요즘 관심사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유리잔을 찾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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