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하지 않으면서
내가 몰랐던 좋은 음악과 영화와 책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좋다.
겸손하게 꺼내 놓는 취향들이 단정하고 솔직하면
그걸 받아 적는 나도 훔친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비슷한 전류의 사람들끼리 주기적으로 만나서
이번 주에 자기가 발견한 좋은 예술, 순간, 경험, 이야기를 편안하게 공유한다면
그들은 모두 비슷비슷하고 밋밋한 사람이 될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고 풍부해 질까.
아니, 아무 변화도 없을지 모른다.
그것들은 아주 잠깐의 희열만 남기고 일상에 녹아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가 추천해준 음악을 나도 좋아하게 되고
그 음악과 비슷한 것을 듣고 싶어 질 때,
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는 것과
다음에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음악을 추천하고 추천받고 하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예술의 조용하고 수줍은 힘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하면 할수록 오해만 쌓이고 내 주관적인 판단은 믿을 것이 못 된다.
당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
<러브레터>를 보고 울었는지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