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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한 정신질환으로 지역과 인구집단을 막론하고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약 3억 1백만 명(3.9%의 인구)이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이는 모든 정신질환 중 가장 큰 비중(31.1%)을 차지하는 규모이다. 이후 2020년 COVID-19 팬데믹의 충격으로 불안장애 환자 수는 더욱 증가하여, 2021년에는 전 세계 불안장애 환자가 약 3억5천9백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이처럼 팬데믹을 전후하여 불안장애의 전 세계 유병률이 크게 상승한 것은 사회적 고립과 감염에 대한 공포, 경제적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WHO의 보고에 따르면 팬데믹 첫 해에 글로벌 수준에서 불안과 우울 증상의 25% 급증이 있었으며 이는 각국 정부로 하여금 정신건강 지원을 코로나19 대응계획에 포함시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WHO 회원국의 90% 이상이 코로나 시기 정신건강 및 심리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으나, 여전히 서비스 공백과 취약계층 지원 부족이 과제로 남았다 .
불안장애 유병률은 성별, 연령,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불안장애에 걸릴 확률이 1.5~2배 높다고 보고되어 성별 격차가 뚜렷하며 이는 호르몬 영향, 사회문화적 역할 차이, 트라우마 노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된다. 연령 측면에서는 불안장애가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불안장애의 증상은 20~30대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며, 중년까지 유지되다가 60대 이후 노년층에서는 다소 유병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래 그래프는 2021년 전 세계 인구의 연령대별 불안장애 유병률을 나타낸 것이다.
청소년기 이후 불안장애 유병률이 증가하여 성인기(2040대)에 약 56%로 가장 높게 나타나며, 이후 노년기에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청소년 및 청년층에서 높은 유병률은 이 시기에 사회·학업 스트레스와 변화에 대한 불안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문화적·환경적 요인에 따라 국가 간 불안장애 유병률의 편차가 존재한다. WHO 지역 보고서에 의하면 전반적으로 선진국에서 불안장애의 보고율이 다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정신건강 인식 및 진단률이 높기 때문일 수 있다. 반면 일부 저소득국가에서는 문화적 낙인과 의료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실제 유병률 대비 낮게 보고되는 현상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불안장애는 주요 공중보건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특히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와 보건당국은 불안장애를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의 예방과 치료 인프라 확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요약하면, 불안장애는 전 세계 인구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흔한 질환이며 여성과 청년층에서 특히 취약한 양상을 보인다. 또한 COVID-19와 같은 전 지구적 위기는 불안장애의 유병률을 급증시키며 정신건강 지원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러한 글로벌 동향을 바탕으로, 다음에서는 국내 대한민국의 불안장애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에서도 불안장애는 흔한 정신건강 문제로 나타나며, 전체 국민의 약 10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불안장애를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2021년 전국 규모 조사에서 성인 인구의 평생 유병률이 9.3%로 보고되었고, 12개월 유병률은 3.1%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에 실시된 유사한 조사 결과와 비교하여 유병률이 감소한 것으로 주목되는데, 2016년 당시 불안장애의 1년 유병률은 5.7%로 보고되어 5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와 같은 변화는 주로 특정공포증 유병률 감소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제로 2016년 전체 인구의 4.2%가 특정공포증을 앓는 것으로 추산되었으나, 2021년에는 그 비율이 2.1%로 낮아졌다. 특정공포증은 불안장애 중에서도 가장 흔한 하위유형으로 꼽히는데, 이러한 감소 추세는 조사 방법의 차이나 코로나 시기의 생활환경 변화(예: 외부 활동 감소로 공포 자극 노출 감소)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불안장애의 성별 격차는 한국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1년 조사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불안장애를 가질 오즈가 약 2.9배 높게 나왔으며 (AOR=2.90, 95% 신뢰구간 1.94–4.34), 이는 국제적 추세와 유사하게 한국 여성들이 남성보다 불안장애 취약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사회인구학적 요인 중에서는 혼인 상태와 고용 형태가 불안장애 유병률에 유의미한 상관을 보였다. 기혼자에 비해 배우자나 동거자가 없는 집단(미혼, 이혼, 사별 등)의 불안장애 위험이 약 1.9배 높게 나타났으며, 직장에서 비정규직(계약직)으로 일하는 집단이 정규직에 비해 불안장애를 겪을 위험이 약 1.7배 높았다(AOR=1.73, 95% CI 1.11–2.67).
이러한 경향은 경제적·사회적 불안정이 개인의 불안장애 발생과 밀접히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고용불안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고용안정성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 증상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국내 불안장애 치료 현황을 보면, 앞서 언급한 대로 치료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지난 1년간 불안장애를 앓은 사람 중 전문적인 치료나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9.1%에 불과하였다. 이는 같은 기간 우울증 치료 이용률(28.2%)과 비교해봐도 현저히 낮은 수치로, 불안장애 환자 10명 중 9명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치료 격차(treatment gap)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불안장애 치료율이 저조한 공통적 현상이다. 다만 한국의 9.1%라는 수치는 전 세계 평균 치료율(약 27.6%)이나 다른 고소득 국가들의 평균치(약 36.3%)에 비해서도 훨씬 낮아,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과 이용에 특별한 장애 요인이 있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강하고, 개인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을 꺼리는 문화적 경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조사에서 평생 한 번이라도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20% 내외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었으며, 대다수는 증상이 있어도 스스로 견디거나 주위 도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질환 진단을 받으면 사회생활이나 직장 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가족에게 누를 끼칠 것이라는 수치심 등이 이러한 치료 회피의 배경이 된다.
요약하면, 한국의 불안장애 유병률은 수치상으로는 최근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많은 국민이 평생 한 번 이상 겪을 정도로 흔하다. 특히 여성, 1인 가구(미혼 등), 고용 불안정 계층에서 위험이 높게 나타나 사회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나 도움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숨겨진 고통으로 남는 사례가 많다. 이는 불안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향상, 낙인 해소 등의 과제가 시급함을 보여준다. 다음 절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불안장애의 양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020년부터 시작된 COVID-19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 심대한 충격을 주었다. 한국 역시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경제적 타격, 일상생활의 변화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여러 조사에서 코로나 시기 불안과 우울감 증가가 확인되었는데, 한 예로 국내 설문조사에서 2023년에 비해 2024년 국민들의 불안 평균 점수가 유의하게 상승했다는 보고도 있다 .
WHO의 과학 브리핑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첫 해 전 세계적으로 불안 및 우울 장애의 유병률이 약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사회적 고립에 따른 스트레스가 꼽힌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와 거리두기가 사람들 간 물리적 단절을 가져오면서 평소 정서적 지지체계에 의존하던 많은 이들이 심각한 고독감과 불안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자신과 가족이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과 애도, 갑작스러운 실업이나 소득 감소로 인한 재정적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불안장애 증상을 악화시켰다. 특히 의료진 등 코로나 대응 최전선에 있던 집단에서는 극심한 피로와 트라우마로 자살생각 증가까지 보고될 정도로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인구집단별로 보면 젊은 세대와 여성이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건강 악화의 주된 피해자로 지목되었다. 청년층은 학업과 취업의 기회 축소, 사회적 활동 제한 등으로 큰 스트레스를 겪었고, 이로 인해 불안과 자해 생각이 증가한 사례가 많았다. 여성의 경우, 전통적으로 돌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가족 돌봄, 자녀 원격교육 등)과 고용 불안, 가정폭력 증가 등으로 인해 남성보다 더 큰 정신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신체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들도 코로나 상황에서 자신의 건강 악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장애에 쉽게 노출되었다.
한편, 팬데믹은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에도 혼란을 가져왔다. 대면 상담 및 치료가 제한되고 정신건강 시설 운영이 축소되면서, 불안장애 환자들이 적시에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필수 정신건강 서비스의 75% 이상이 부분적 또는 완전한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한국도 초기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대면 서비스가 위축되었으나, 비교적 빠르게 전화상담, 온라인 프로그램 등 비대면 지원으로 전환하여 대응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심리방역 대책을 수립하여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및 심리상담 핫라인 운영, 취약계층 정신건강 지원 등을 추진하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정신건강 지원 도구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도 크게 부각되었다. 대면 진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도움을 모색하였고, 이에 따라 신뢰할 수 있고 효과적인 디지털 도구의 개발·보급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예컨대, 모바일 앱을 통한 명상, 인터넷 기반 인지행동치료(iCBT), AI 챗봇 상담 등의 활용이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디지털 방안들이 정신건강 지원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다만, 디지털 격차로 인해 저소득 국가나 노년층 등에서는 이러한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현실도 함께 지적되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불안장애 문제를 악화시킴과 동시에, 사회 전반에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공중보건 비상사태 시 정신건강 지원을 통합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WHO 역시 2021년 세계보건총회에서 회원국들이 공중보건 위기 시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고 종합적 정신건강 행동계획(2013~2030)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하였다. Echo Grain 역시 이러한 팬데믹의 교훈을 고려하여 불안장애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으며, 뒤이어 제시될 전략 부분에서 이를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