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서 결국엔 '사람'이었다.

행복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by 해솔


계기는 여러 가지였지만 그 모든 계기들이 모여 '사회'라고 불리는 것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과 현상들을 바라보며 처음엔 불만을 가졌다. 그 불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으로 이어졌다. "왜 우리 사회는 이래야만 하는 걸까"라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물음이 나를 공대에서 사회학과로 이끌었다. 그리고 사회학과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전공 공부를 하면서 점점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나름 얻은 결실은 있었다. 자살 1위 국가라는 타이틀을 지닌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겪는 고통과 좌절, 남은 삶도 지금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란 헛웃음 섞인 자조.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시스템'이라는 것. 그 사실을 깨닫고 수 십 번, 수 천 번을 되뇌고 곱씹은 게 나름의 소득이었다. 이십 대 초반엔 "그럼 사회를 바꾸면 되겠다. 사회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야"라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그것이 세상을 덜 겪어본 철부지의 망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사회가 아닌 '사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친한 지인과 카페에 가서 대화 나누는 걸 좋아한다. 몽환적인 그림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혼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하늘이 맑은 날에 집 앞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힐링하고 방전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그 힘으로 다시 움직이고 하루를 살아간다. 이십 대 초중반에 마음에 품었던 사회 구조의 혁신, 그리고 그 과정에 기여하겠다는 꿈은 나이를 먹으면서 마치 휴지가 물에 젖어들어가는 것처럼 조금씩 현실에 젖기 시작했다. 세상의 불합리에 대한 분노와 머릿속을 부유하던 극단적인 해결책들은 이제 세상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보전하고 개인의 일상에 행복을 채워 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로 바뀌었다. 29살인 지금은 무엇이 사람을 기쁘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 순간들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분노와 해결책에 대한 답은 결국, 돌고 돌아서 '사람'이었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할 수 있고, 살아가며 얻는 고통은 공감으로 치유할 수 있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사회는 파편화되었고 공동체 의식은 약화되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를 갈구한다. 개인주의를 표방하며 때론 집단의 목표보다 개인의 자유를 외치고 디지털의 발달로 사람 간의 관계 맺음과 끊어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쉽게 이뤄지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이 소속될 집단을 찾아 헤맨다.


같은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소모임을 찾고 단순 친목을 위해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며 심지어 모여서 그냥 책만 읽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개인적인 종이 되었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이 모순적이게도 그 어느 때보다도 열성적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소속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런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람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다. 기술이 발전하며 오프라인에서 SNS와 같은 디지털 중심으로 관계 형성이 이동하는 모양새이지만 많은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형성하는 일을 포기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타인을 갈구하고 공동체에 소속되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형성되는 공동체는 이전의 공동체와는 달리 언제든지 흩어질 수 있고 또 언제든지 뭉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겪게 될 감정의 결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서로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점차 파편적으로 쪼개지는 세상에서 원자화되어가는 개인이 느끼게 될 감정은 과연 어떤 색깔을 띠게 될까. 원하는 대로 유연하게, 자유자재로 뭉치고 흩어지는 집단 속에서 우리가 느끼게 될 주된 감정은 '자유'일까, '외로움'일까. 그것이 자유든 외로움이든, 나와 당신, 우리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크고 작은 행복을 찾아서 우리의 일상으로 되찾아오는 것, 그게 오랜 방황 끝에 찾은 내 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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