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by 해솔


이곳에 살던 모든 아이들은 '그곳'을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언젠가 자기 발로 그곳에 가게 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작은 손안에 부드러운 모래알들을 움켜쥐고 있는 아이들. 이곳의 아이들은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한 손을 꼭 움켜쥔 채 웃으며 뛰어논다.



너무 뜨겁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로 지상을 끌어안는 햇빛 아래서 아이들은 티 하나 없이 맑은 얼굴로 웃는다.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만들어낸 기나긴 곡선만이 존재한다. 입가에 그려진 그 유려한 곡선은 완벽히 동일한 각도와 길이로 모두에게 그려져 있다. 보통은 그걸 미소라고 부르지만, 적막만이 존재하는 아이들의 미소는 오히려 섬뜩해 보였다.


움켜쥔 작은 손에선 끊임없이 모래알이 빠져나가고 있다. 손아귀로부터 벗어난 모래알들은 하염없이 지상의 지상으로 추락한다. 쿵- 소리와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알은 수많은 모래의 품으로 돌아간다. 손에 쥔 모래알이 사라질수록 아이들의 얼굴에 그려진 곡선은 더욱 도드라진다.



손에 쥔 모래알이 모두 사라진 아이들은 드디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손을 탁탁 털며 망설임 없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 손의 모래알들을 하나씩 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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