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가라는 정체성의 획득

"사회학 출신의 데이터 분석가라는 정체성을 획득하셨습니다."

by 해솔


지난 3개월 동안 전환형 인턴의 신분으로 일을 했고, 시용 평가를 거쳐 결국 정식으로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가로 커리어를 밟게 되었다. 이번 시용 평가 3개월을 제외하면 3번의 인턴(아주 잠깐 머물렀던 곳까지 합치면 4번) 끝에 쟁취한 첫 정규직이다.


그동안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불확실로 잔뜩 점철돼있다. 글 쓰는 게 좋아서 언론사에서 인턴을 했었고, 데이터 분석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서 데이터 분석 체험형 인턴을 했다. 복학해서 틈틈이 프로젝트를 했고 적잖이 문을 두드린 끝에 취준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강점은 갈고닦아서 더욱 뾰족하게 만들고 약점은 둥글둥글하게 마모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3개월은 특히나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3개월 후에 다시 백수가 될 것 같은 공포가 늘 곁에 있었다. 그런 공포는 20대 내내 늘 있었던 것 같다. 미래와 꿈에 대한 장기적인 방황은 날 늘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회사에 감사함을 느낀다. 부족함이 많지만 가능성을 봐줘서 고맙고, 내 목표를 향한 첫 번째 도구를 더욱 정교하게 갈고닦을 기회를 줘서 고맙다.




더 이상 인턴이 아닌,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했지만 나는 여전히 내 뿌리를 사회학이라 생각한다. 사회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나의 첫 번째 눈이다. 사회학이란 렌즈를 통해서 세상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었고 꿈을 설정할 수 있었다. 사회학을 통해서 희미하고 추상적으로 갖고 있었던 세상에 대한 의구심들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개인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과 구조의 실체를 인지할 수 있었고, 구체적인 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단지 데이터 분석가라는 타이틀보다 사회학 출신의 데이터 분석가라는 타이틀에 더 마음이 간다. 사회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면 데이터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수치화할 수 있는 자원이며 그것을 분석하는 행위는 결국 내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인 셈이다.


결국 바라던 대로 데이터 분석가가 되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곳이고, '시간'이라는 가장 소중한 리소스를 쏟아낸 끝에 가능했다. 어렵사리 도착한 이 목적지는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어느 회사에서 일하는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꿈꾸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 작은 산을 하나 넘었다. 일을 하면서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다가올 때면 잊지 말자. 나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 말고도 여러 정체성들을 갖고 있는 사람이며 무엇보다도 꿈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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