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커지는 돌봄 공백 과 통합 돌봄- 필요와 한계

4부. 다음 20년을 향하는 K-복지의 미래

by 햇살마루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여기에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가족 구조의 변화는 돌봄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노인이 되면 가족이 돌보거나, 더 이상 돌봄이 어려워지면 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많은 노인들은 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집과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노년을 보내기를 원한다.

이른바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Aging in Place)’에 대한 욕구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호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과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요구에 가깝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 가족 돌봄은 약해졌고,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 돌봄 공백은 점 점 커지게 되고 그 결과 병원과 시설로의 입원과 입소가 반복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6년 3월부터 전국적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이 시행되었다. 통합 돌봄은 초고령사회로 인한 돌봄 수요의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의료와 요양, 돌봄이 각각 분절적으로 제공되던 구조를 하나로 묶어 ‘살던 곳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하려는 제도다. 이는 단순히 서비스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방식 자체를 전환하는 정책적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통합 돌봄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입기(2026~2027년)에는 기존 서비스를 중심으로 체계를 구축하고, 안정기(2028~2029년)에는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며, 이후 고도화기(2030년 이후)에는 전 생애를 포괄하는 돌봄 체계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을 대비한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비스의 내용 또한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 돌봄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기존 서비스를 연계하여 제공한다. 이후 방문재활, 방문영양, 병원동행과 같은 신규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돌봄의 범위가 넓어지고, 궁극적으로는 노쇠 예방부터 임종 케어까지 이어지는 돌봄 체계가 구축된다.

운영 방식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다. 기존에는 대상자가 각각의 제도를 찾아다니며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했다. 그러나 통합 돌봄에서는 한 번의 신청으로 지자체와 관련 기관이 함께 대상자의 욕구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형 지원 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필요한 서비스가 자동으로 연계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변화는 복지 전달체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중요한 시도다. 기존에는 서비스가 많아도 서로 연결되지 않아 체감도가 낮았고, 중복 지원이나 사각지대가 동시에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통합 돌봄은 이를 ‘연계’와 ‘통합’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구조다.

현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역시 이러한 통합 구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방문진료와 방문간호를 통한 의료서비스, 만성질환 관리와 정신건강 지원을 포함한 건강관리, 장기요양과 일상 돌봄을 통한 생활 지원, 그리고 주거환경 개선까지 다양한 영역이 하나의 체계 안에서 연결된다. 특히 퇴원 이후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기능은 병원 중심의 돌봄에서 지역 중심 돌봄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통합 돌봄은 몇 가지 분명한 장점을 가진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높아진다. 한 번의 신청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주민의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대상자의 상황에 맞춰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서비스 간 연속성이 확보된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퇴원 이후 돌봄 공백이 줄어들고, 장기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노인이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성과 존엄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은 통합 돌봄을 시범사업으로 2023년 7월부터 미리 시행한 일부 지역에서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병원 입원율과 시설 입소율이 감소하고, 의료비와 요양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가족의 돌봄 부담 또한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돌봄이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통합 돌봄 전국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첫째는 인력의 문제다. 방문형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인력 수준으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제도가 확대될수록 현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다. 통합 돌봄은 구조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서비스다. 대상자가 늘어날수록 재정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재정 설계가 없다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은 흔들릴 수 있다.

셋째는 서비스 질 관리다.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는 구조에서는 서비스 수준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민간기관의 역할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질 관리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넷째는 주민과 공동체의 역할이다. 통합 돌봄이 공공 중심으로만 운영될 경우, 주민의 자발적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돌봄을 ‘받는 것’에 머무르게 되면 공동체 기반의 돌봄은 약화될 수 있다.

다섯째는 사각지대 문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신청하지 않거나 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배제된다. ‘몰라서 못 받는 복지’는 통합 돌봄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결국 통합 돌봄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인력과 재정, 전달체계, 주민 참여, 정보 접근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 사업이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충분한 인력 확보와 전문성 강화,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 설계, 민간과 주민 참여 확대, 정보 접근성 개선, 그리고 서비스 질 관리 체계 구축이 그것이다.

집으로 찾아가는 통합 돌봄은 초고령사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다. 이는 단순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답이다.

노인이 자신의 집에서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2026년 3월 전국적으로 통합 돌봄 사업이 시행되었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다. 그에 따라 앞으로의 20년, 우리 사회의 돌봄 수준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통합 돌봄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공공과 민간,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할 때, 통합 돌봄은 비로소 커지는 돌봄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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