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
그렇다면 배우고 익힌 다음에는?
공부한 것은 자고로 밥벌이로 써먹어야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
딱히 직장에 적을 두지 못한 덕(?)에 도서관을 사무실 겸 연구실 겸
시간 때우는 카페 겸으로 도서관을 이용한 지 3년 차다.
평일 오전부터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직전인 이른 오후까지 도서관을 주로 이용하는데,
도서관에 자료실에 들어갈 때마다 항상 놀라는 점은 평일에도 빈자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보통의 성인들이라면 일하고 있을 평일 낮시간에도
꽉꽉 채워진 책상의 모습은 나름의 문화 충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이었던 것은 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이란
대개
공무원 시험 준비, 임용 고사 준비, 혹은 자격증 준비 등
대부분 써먹기 위한 공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말에는 중고등 학생들까지 가세하는데 그들 책상에 놓여 있는 것들은
수학 문제집, 영어 문제집, 모의고사 시험지 등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금쪽같은 시간을 투자하고 준비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인 것만은 맞지만
평생을 다 읽어도 못 읽을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는 수많은 책들이 자리 잡고 있는 이 공간에서
정작 책을 읽는 시간이란
할 거 다 하고 남는 시간이라는 건
좀 슬프다.
언제부터인가 공부란
써먹기 위해,
다시 말하면 생존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는 듯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공부를 선택한 동기나 과정은 사람들마다 다를 지 몰라도
모든 공부의 결론은 자신이 배운 걸
써먹기 위함에 있다.
즉 써먹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비극적인 건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공부한 것은 반드시 써먹는 게 정답"이라는 명분으로
우리 모두를 또다시 경쟁에 붙인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경쟁이 그리고 있는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더 슬픈 건, 최종의 일인자를 제외한 남은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짙은 패배감과 쓸데없이 느껴야 하는 자격지심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래 없는 고학력, 고스펙 사회에서 생존하고 있는
수많은 젊은 능력자들이 기회 한번 얻지 못하고 숨은 고수로만 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아
슬프다.
나 역시 가방끈만 보면 남부럽지 않게 길지만 사실 써먹을 곳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방끈 긴 사람이 어디 나 혼자 뿐인가.
세상은 능력자들 천지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시험 준비로만 보내다 결국 써먹지도 못하고
현실 감각만 마이너스가 된 채
무능해져 버린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 사람들이라고 똑똑하지 않아서도, 그렇다고 처음부터 현실 감각이 없어서도
아닐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시간들이 점점 길어지고 결국
써먹기 위해 했던 공부가 써먹힐 곳을 찾지 못하거나
혹은 써먹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혹 수많은 공부들이 나를 갉아먹는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넘지 못한 것 같은 과도기를 맞이하게 된다면
과감히 공부를 접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백 세 인생이다.
남들보다 늦을까 봐 두려워하지 말자.
세상은 생각보다
쉽게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