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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프로젝트, 텀블벅
    그리고 클럽하우스까지.

   

비대면 소설 창작 프로젝트


석 달에 걸쳐 현직 작가, 설치 미술가, 방송작가, 칼럼니스트, 독립출판 대표, 다섯 명이 만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미, 직업, 하물며  비슷한 나이대도 아니다.

 “소설 쓰기”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모였던 만큼 각자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오로지 소설 창작에 대한 욕망이 그득그득하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었다. 


코로나 사태 덕분에 첫 모임부터 각자 소설을 쓰고 텀블벅에 성공하는 3개월 동안 우리 다섯 명은 한 번도 실물 영접을 하지 못했다. 중간에 몇 번 정도는 만나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기도 했고, 친목도모를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대면 미팅이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지만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창작과 출판을 오로지 줌과 온라인 미팅으로 하다니. 

책 한 권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 수십 번의 미팅은 기본인데 비대면으로, 카톡으로, 메일로 가능할까. 걱정 반 의심반이었다.  

어쨌든 걱정 반 상태로 소설 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줌으로만 만나 엔솔로지를 관통할 주제를 선정하고 시놉시스를 공유하며, 각자 쓴 소설에 대해 합평을 오갔다. 타고난 의심러인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역시나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중도 포기자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 이 사람들의 실력은 얼마큼일까? 내가 제일 후지면 어쩌나? 과연 정말로 책이 나오긴 할까?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의 걱정은 하등 쓰잘떼기 없는 것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3개월 동안 낙오자도, 무임승차하는 사람도 없었다. 서로가 모자란 자신을 채찍질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을 쪼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에세이와 달리 소설 창작은 수십 배의 고통이 따른다. 우선 소설 문법을 지켜야 하는 동시에 동시대성과 시의성을 동시에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소설 창작을 배운 경험이 없는 우리들이었기에 프로젝트 초반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에 한숨 그 자체였다. 욕망은 누구보다 활활 타올랐지만 어디 소설을 욕망으로만 쓸 수 있나. 다들 뼈를 갈아 넣느라 일상이 엉망이 되었다.       


텀블벅에 도전 


당초 계획엔 텀블벅이 없었는데 기왕 하는 거 텀블벅에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텀블벅은 단지 후원받는 수단뿐 아니라 시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도 확실한 방법이다. 텀블벅은 냉정하다. 후원자들은 아무나 후원하지 않는다. 웬만한 것 아니고서는 클릭조차 ‘당’ 하지 못한다. 수백 개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리의 소설이 ‘클릭당할’ 수 있을까? 소설의 경우 텀블벅에서 외면받는 분야 중에 하나다. 걱정이 앞섰다. 실패할 걱정, 상처 받을 걱정, 작가들의 사이가 어색해질 걱정. 

프로젝트 막판에 가서는 표지 디자인과 텀블벅 소개 준비를 함께 진행한 작가는 결국 병이 났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올리기 위해 하는 작업은 쌩 노가다다. 기술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고, 마케팅 감각이 모두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업하고 컨펌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수정을 요구할 때면 괜히 미안했다. 그렇다고 모두 다 좋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공동의 목표가 분명한 프로젝트에서 가장 위험한 건 ‘좋은 게 좋은 것’과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전 모두 좋습니다!’라고 은근슬쩍 다른 사람에게 판단을 미루거나 넘기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곳도, 어떤 사람도 알아서 잘해주지 않는다. 엄청난 자본을 약속하면 모를까. 

어쨌든 우리의 소설집을 텀블벅에 내놓았다. 첫날이 중요한 만큼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영업을 했고 목표로 한 금액에 달성했다. 물론 지인팔이가 큰 몫을 했다. 써먹을 지인도 바닥난 지금 남은 건 찐 후원자들, 예비 독자들의 픽뿐이다. 영업을 해야 했다. 그러나 자본이 부족한 우리들에게 유료 광고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우연히 클럽하우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거다!        

인싸만 모인다는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초대장과 아이폰이 필요했다. 다섯 명의 작가들 중에서 클럽하우스를 모르는 사람이 네 명이었고 아이폰 유저는 세 명뿐이었다. 초대장은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클럽하우스의 개념을 탑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했다. 다행히 우리의 영웅님 덕분에 두 장의 초대장을 얻을 수 있었고 세 명의 작가는 클럽 하우스 사용법을 숙지하기 위해 연습해보기로 했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은 드럽게 버벅대면서도 연신 신세계를 외쳤다. 몇 번의 연습 후 자본이 없는 우리가 우리의 책을 광고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수단은 클럽하우스라는 데 동의하고 방을 만들기로 했다. 

<원고 기획, 텀블벅, 독립출판>을 키워드로 방을 열었다. 2시간만 진행하기로 했던 룸은 첫날 백여명이 넘게 모였다. 텀블벅 관계자부터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참여자의 스팩은 버라이어티했다. 그날 우리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이 세상에는 은둔 고수들 천지라는 것, 두 번째는 이들이 하는 고민은 쭈구리 오징어인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슬프고 또 조금은 안도했다. 

엄청난 고수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고 모더레이터 자격으로 참여했지만 나는 말할 틈도 없었다. 기회를 엿보다 잠들었고, 일어나 보니 그 방에 나 혼자 있더라;;;;

두 번째 방 오픈을 했을 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들어와서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거의 포럼 수준이었다. 질문의 수준도 답변의 수준도 보통을 이미 넘었다. 개발자, 서점 대표, 기자 등등 풍성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지난번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었다. 텀블벅과 독립출판에 대해서 도움을 주기로 마음먹었지만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이 얻었다. 지난번보다 더 쭈구리가 되었다. 다음 주도 쭈구리 확정이지만 숨은 고수들과 만날 생각에 굉장히 설렌다. 아! 중요한 건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후원자들이 늘었다. 부디 빌런들과 굿바이 하시길 바란다며 기꺼이 후원해 주셨다.  


    

각각의 다른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굿바이, 빌런>을 텀블벅에 론칭했습니다. 한번 둘러봐주세요. 

(저는 <사생활 빌런>을 썼지요 ^^) 

https://www.tumblbug.com/90movie_novel?ref=dis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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