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재를 지내고 이쪽으로 오실 때 용산역 담당 저승사자님 못 만나셨어요? 다 설명해 주셨을 텐데.”
이쪽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용산 L&D(life&death)아케이드를 의미했다. 죽음의 경로는 다양하지만 용산역에서 죽은 사람들의 경우 이 아케이드를 반드시 통과해야 했다. 죽음에는 반드시 이유가 따르기 마련인데 자살의 경우 본인에게 그 이유를 듣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어 억울함을 풀어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이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원한을 가지게 되면 불법으로 이승으로 가서 깽판을 치는 경우가 너무 많았는데 저승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시급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 억울함을 푸는 해결 방안이었다. 이승에서 말하는 미스테리, 불가사의, 음모론 같은 말은 말이 좋아 그렇지 사실 자살한 사람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겠다고 이승에 가서 혼란을 일으키다 실패한 헤프닝이 대부분이었다. 억울함에 눈이 돌아간 귀신들이 고운 마음으로 이승 사람들을 곱게 놔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싸질러 놓은 일을 뒤처리하느라 밤낮이 없게 된 각 구역 담당 저승사자들은 도저히 못 해 먹겠다고 파업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방안 중에 하나가 바로 L&D아케이드 센터를 차리고 자살자에 한에서 자살의 원인과 경위 과정을 거쳐 등급을 나누고 그에 따라 이승과 접촉하는 방식을 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게 생각좀 하고 뛰어내리든가 했어야지 왜 생각없이 죽어서 그래요. 여러 사람 피곤하게.”
사무직원은 굉장히 사무적으로 말했다. 너 때문에 자기 사무만 더 늘었다는 굉장히 반 사무적인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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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재 제사상 앞에서 우는 엄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던 나를 본 용산역 담당 저승사자는 마지막으로 카톡이라도 보내고 죽지 너도 참 생각 없는 애라고 잔소리를 했다. 나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꺼억 꺼억. 흑…저보다 나이 많으신 건 알겠는데 초면에 왜 반말이세요?”
“저승사자가 존댓말 하면 가오가 서겠니?”
“가오는 뭐야. 혹시 꼰대에요? 그리고 무슨 저승사자가 가오를 찾아요. 죽은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잘 보이겠다고.”
“니가 이제 죽어서 모르나 본 데 저승사자야말로 가오 하나로 버틴다고. 너 TV도 안 봤어? 우리가 미쳤다고 그 더운데 새까맣고 치렁치렁한 옷 입고 돌아다니는 줄 아냐? 가오가 있어야 만만히 안 본다고. 아효. 이제 사십구일 지난 니가 뭘 알겠냐.”
“그럼 아저씨는 언제 죽었는데요?”
“나? 작년 가을인가?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다. 비혼이다.”
“뭐래. 별 차이도 안 나는고만. 비혼은 또 뭐야.”
“이승 1년이 저승 10년이야! 그리고 이렇게 능력있고 괜찮은 저승사자 봤어? 다 비혼이니까 가능한 거야.”
“뭐래.”
“됐고! 이 제사 끝나면 바로 L&D 아케이드 센터로 가야해. 가면 아마 등록증을 줄 거야. 그게 이 세계 신분증이야. 니 동선은 그 등록증에 입력된 등급으로 결정되는 거니까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해.”
아 뭐래, 그놈의 등급은 어떻게 죽어서도 없어지질 않냐.
“내 등급은 뭔데요?”
“보자 보자, 그러니까 너는…너는…어? 4등급이네.”
“이런, 니미럴!”
우는 엄마를 보며 눈물이 났다가 4등급이란 말에 눈물은 들어가고 대신 욕이 튀어나왔다.
“너 그거 혹시 나한테 하는 말이냐?”
저승사자가 나를 보더니 가운데 손가락 뼈마디에 힘을 준 채 주먹을 쥐었다.
“그게 아니라, 왜 또 4등급이냐고요. 내가, 내가 왜 죽었는데. 그놈의 4가 싫어서 죽었는데!”
저승사자는 가지고 있던 탭에서 서류를 뒤적이더니
“아, 그러네. 그러게 왜 그렇게 죽어서.”
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다.
“도대체 4등급 기준이 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