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광이 지칠 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서울도서관은 옛 서울시청사를 그대로 사용한 도서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외관만 보면 여기가 ‘도서관인이 맞나?’ 하고 입구에서 머뭇거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서울에 사시는 분들이나 옛 서울시청이 익숙한 분들이라면 낯설지 않겠지만 일이 있을 때나 서울에 가는 저 같은 경우 서울도서관의 모습은 그동안 제가 봐왔던 현대식 건물의 도서관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였는지는 몰라도 뭔가 이색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울도서관은 일반 자료실뿐 아니라 서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관과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추모 공간 등 다양한 전시관이 있고, 도서관 주변으로는 서울광장과 덕수궁 등 볼거리가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하루 날을 잡아 천천히 즐기시길 것을 추천합니다.
도서 열람실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층의 경우 입구 왼쪽으로 어린이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벽면 한쪽은 모두 어린이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아니지만 많은 양의 어린이 도서가 비치되어 있어서 실망할 일은 없을 듯합니다. 게다가 1층과 2층으로 통하는 통로는 널찍한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은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앉을자리를 따로 찾지 않고 계단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1층과 2층이 계단식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층고가 높아 자칫 도서관에서 느끼게 되는 답답함이나 묵직함은 덜합니다. 게다가 위층으로 연결된 계단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바르게 앉아서 책을 봐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덧붙이면 최근에 지어진 도서관들, 특히 어린이 도서관의 경우 독서 공간을 이런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저 개인적으로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는 정해진 공간에서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저는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집중을 요하는 공부일 경우 달라지겠지만 모든 책이 공부를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요. 무엇을 위해서 책을 찾는 게 아니라 서가를 지나가다 우연히 재밌는 책을 발견하는 것, 그 책이 단지 궁금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풀썩 주저앉아 읽어도 옷이 더러워질까 눈치 보지 않는 것, 읽다 보면 앞에 있는 책이 궁금해지는 것, 심심할 때 또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을 때 도서관이나 가볼까 하고 생각하는 것, 등은 결국 습관입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이 몸에 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에 부담이 없어야 합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부담, 엄마한테 칭찬받으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마음속에서 지우게 되면 적어도 아이가 엄마와 도서관 가는 길이 훨씬 가볍지 않을까요. 도서관은 공부하(러 가)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주지 않는 게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계단에서 책을 보는 동안 엄마도 같은 공간에서 책을 볼 수 있습니다. 1층 오른쪽 서가는 사회 과학 철학 분야의 책들로 채워져 있고 2층은 예술문학 역사 분야의 책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다른 도서관에서 비해 비교적 신간이 많고 책의 컨디션도 매우 양호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놀랐던 사실 하나는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보다 책을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도서관이 제기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했습니다. )
책을 읽다가 슬슬 지루해진다면 3층에 마련된 전시관을 둘러보시면 좋습니다. 서울 광장의 역사를 전시해 놓은 전시관과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추모관이 있습니다. ‘구보’라는 소설 주인공을 통해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쉽게 설명해 놓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느낄 만한 수준입니다.
세월호 추모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의 희생자를 기억하며 걸어놓은 노란 리본과 편지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에는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프고 슬픈 기억이지만 잊지 않음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아픔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안타깝게 희생되었던 희생자들을 향한 위로와 애도는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4층에는 세계자료실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의 일간지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은 영어 원서가 대부분이지만 불어, 베트남어, 태국어 원서들도 있어서 다문화 가정의 부모님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셔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른 나라의 도서관을 가본 적인 없기에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세계자료실은 공간이 다른 공간에 비해 넓지 않고, 도서 보유수도 국내 도서 보유수에 비하면 많이 모자라겠지만 그래도 진열 도서 수준이나 책의 컨디션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라는 걸 다시 한번 더 느낄 수 있었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도서관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도서관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청계천, 덕수궁, 서울 광장 등을 방문하고 조금 긴 휴식이 필요할 때 서울도서관을 들리는 방법도 매우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사실 도서관이 외출의 최종 목적지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실망하거나 지루해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 시청 일대를 구경하다가 좀 오래 쉬고 싶을 때, 정신없이 쫓아다닌 관광에 지쳐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서울도서관을 들린다면 아마 센스 있는 엄마가 되는 동시에 엄마 역시 조용히 쉬는 시간을 좀 길게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서울도서관까지 가지 않더라도 관광지 근처에는 쉴 공간이 많습니다. 하지만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은 대개 돈을 지불하고 지불한 만큼의 시간을 때우는 정도에 그칩니다. 게다가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엄마와 아이가 모두 만족하는 공간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식당이나 카페 정도일 텐데 요즘은 노 키즈 존도 많기도 하고 아이들이 진득하게 앉아 있지 않다 보니 엄마도 편치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울도서관은 서울을 관광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뛰어난 휴식처가 됩니다. 서울 투어를 생각하고 있는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셔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도서관이라고 생각하며 추천합니다.
덧붙이는 말 : 서울 도서관 일반자료실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저도 내부 사진을 찍고 싶었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혹시나 방문하시려는 계획이 있으시다면 미리 숙지하고 계셔야 할 듯합니다. 안 그럼 사서에게 민망한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