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사자보다 귀신이 더 무서운 이유

아드리앵 파를랑주, <곧 이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여러분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를테면 도둑, 귀신, 깜깜한 밤과 같은 것 말이죠. 사람들마다 무서워하는 건 아마 다르겠지만 저는 벌레를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합니다. 생긴 게 징그럽기도 하지만 사실 어딘가에서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공격할 것만 같아 무서워요. 게다가 깜깜한 밤에 되면 어디 있는지 도대체 찾을 수도 없고, 갑자기 나타나 나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벌레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크기나 생김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혹시 귀신을 무서워하나요? 만약 무서워한다면 이유가 뭘까요? 무섭게 생겨서? 나를 헤칠까 봐?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사실 귀신이 무서운 이유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서 사는지, 어디서 나타나는지, 지금까지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왜 밝혀지지 않았냐고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사실 두렵다는 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생기는 감정입니다. 이런 것들에 뭐가 있는지 생각해볼까요? 동물원에 있는 덩치 큰 사자나 호랑이는 무섭지 않지만 아무도 없는 깜깜한 동굴은 무섭습니다. 화난 엄마의 얼굴은 무섭긴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엄마입니다. 두려움을 만드는 건 거대한 덩치를 가진 괴물이 아니라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서 불안해진 내 마음이란 거, 이해되나요?


사자는 동물 중에서도 크고 무서운 동물 중에 하나입니다. 사자에 눈앞에 떡! 하니 나타난다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죠? 그럼 반대로 사자가 두려워하는 동물이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그건 분명 사자보다 덩치가 훨씬 크거나 무서운 이빨을 가진 동물일 겁니다. 그래야 사자를 이길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은 사자가 잠시 방을 비운 사이에 벌어진 일을 담고 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한 소년이 사자가 방을 비운 사이에 몰래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리네요. 사자라고 생각한 소년은 얼른 침대 아래로 숨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 온 건 사자가 아니라 또 다른 소년이었습니다. 침대 밑에 숨은 소년은 그가 사자라고 생각하고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다시 밖에서 소리가 납니다. 두 번째로 들어온 소년은 사자가 돌아온 줄 알고 천장 등 위로 올라가 숨었습니다. 그런데 사자가 아니라 소녀가 들어왔네요. 밖에서 또 소리가 들립니다. 소년은 두 소년들처럼 양탄자 밑으로 재빨리 숨었습니다. 이번엔 개가 들어왔네요. 마찬가지로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놀란 개는 거울 뒤로 숨었고 이어 새들이 들어왔습니다. 앗! 이번에는 정말로 사자의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두려움에 떤 새들은 커튼 뒤로 숨었습니다.

드디어 방의 주인인 사자가 들어왔습니다. 사자가 방에 들어오자 두 소년, 소녀, 강아지, 새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습니다. 그런데 이 방에서 가장 많이 떨고 있는 건 누구였는지 맞춰볼까요? 바로 사자였습니다. 정말 이상하죠? 이 방에 있는 사람들 가장 크고 가장 힘이 센 건 사자인데 사자가 제일 두려움에 떨고 있다니 말이죠. 사자는 방을 살펴보았습니다. 달라진 거울 위치, 흔들리는 등, 움직이는 카펫을 보고는 갑자기 겁이 덜컥 났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힘이 세고 강력한 것이 이 방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서 몸이 오들오들 떨려왔습니다. 너무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쓴 채 숨었습니다. 그때 생쥐가 들어왔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온 생쥐는 바닥에 깔려 있는 이불, 빛을 가려준 커튼, 아늑한 불빛을 확인하고는 아주 편안하게 누워서 잠이 들었습니다.

왜 생쥐는 편안하게 잠들었을까요? 아마도 생쥐는 사자가 들어올 거라는 걱정을 하지 않았으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던 것은 아닐까요? 생쥐는 다음 자기 뒤에 들어올지도 모를 사자를 미리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자가 두려워한 것들이 생쥐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듯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엄청나게 큰 두려움은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두려움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만질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크기는 우주만큼 커졌다가도 먼지보다 더 작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서 너무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마세요. 만약 걱정해서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은 걱정으로 많은 시간을 보낼 테니까요.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제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걱정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일은 그만 해도 됩니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우리 스스로를 꽁꽁 묶어버린다면 사자처럼 매일 이불을 뒤집어쓴 채 친구와 놀 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여러분을 친구들은 알아보지 못할 텐데 그럼 친구들이 얼마나 무서울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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