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 부린다고 혼내지 마세요.

-요시타케 신스케, <고무줄은 내 거야>

사람들은 사랑을 절대 변하지 않는 것, 영원토록 간직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하고 그 한 사람만을 오랫동안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고 또 강조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생각보다 이 말을 지키는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고요? 세상에는 예쁜 것, 멋진 것, 좋아하는 것, 갖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어른들은 “하나만 골라!”라고 말합니다. 그 수많은 것들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건 쉽지 않은데 옆에서 하나, 둘을 세며 빨리 고르라고 재촉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고르기가 더 어렵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마음이 수시로 변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그래서 그런가 어른들은 마음이 자주 바뀌는 아이들에게 변덕쟁이라고 부르며 장난 삼아 놀리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자주 바뀌면 놀려도 되는 걸까요? 사랑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 정말로 있는 걸까요? 요시타케 신스케의 동화 <고무줄은 내 거야>를 읽으면 반드시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 아이는 쓰레기통 옆에 떨어진 노란 고무줄을 발견합니다. 엄마에게 “나 이 고무줄 가져도 돼?”라고 물어보니 가져도 된다네요. 엄마의 허락이 떨어지자 괜히 고무줄이 더 예뻐 보입니다. 왜냐면 아이는 ‘나만의 것’을 갖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집에서는 항상 오빠 물건을 물려받아야 했고, 유치원에서는 모든 것을 함께 써야 했는데 드디어 누구와 나누지 않아도 되는 자기만의 물건이 생긴 겁니다.

아이는 고무줄과 함께 목욕도 하고 잠도 같이 자고 고무줄을 이용해 한껏 멋도 부려봅니다. 고무줄만 있으면 범인들 잡아서 묶을 수도 있고 외계인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는 총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상상할수록 고무줄에 대한 사랑은 무한해집니다.


아이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또 사랑스러운 고무줄이지만 사실 이 고무줄은 대단한 것도 아니고 비싼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함부로 놀려서는 안 돼요. 고무줄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 아이에게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오빠는 길에서 주운 돌과 나사를, 친구는 병뚜껑을,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시계를, 아빠는 어렸을 적에 가지고 놀았던 낡은 자동차 장난감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쓸모없는 물건도 누군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들입니다. 아마 여러분들의 방에도 반짝이는 돌, 색종이로 접은 비행기, 때 탄 인형들이 비밀 상자 안에 들어있을 겁니다. 그러니 함부로 남의 물건을 우습게 생각하거나 비웃어도, 버려서도 안 되는 이유를 알 것 같나요?


앗, 그런데 이런! 아이가 고무줄을 잡아당기며 신나게 노는 상상을 하다 그만, 고무줄이 끊어지고 맙니다. 여러분이 아이라면 어땠을까요? 너무 속이 상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울거나 아니면 엄마한테 당장 고무줄을 다시 사달라고 조르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주인공 아이는 실망하는 듯하더니 금세 다시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서랍을 뒤적이며 무엇을 찾네요. 서랍에서 클립을 찾아내더니 고무줄을 처음 얻었을 때 그 표정으로 아이가 “엄마 이 이 클립 나 주면 안 돼?”라고 말하며 신나 합니다. 세상을 다 얻은 표정입니다. 아무리 클립이 좋아도 그렇지 고무줄을 잃고서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이 아이는 변덕이 심한 게 분명합니다. 소중한 물건을 가질 자격이 없는 아이가 분명합니다. 고무줄이 세상에도 제일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변덕을 부려 클립을 선택하니 말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고집’이란 말을 아나요? 고집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거나 생각을 고치지 않고 우기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위에서 말했듯이 ‘고집쟁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고집을 조금 어려운 말로 바꾸면 집착이라고 하는데요, 집착이 심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바로 진짜 사랑의 기술이 필요한 곳에 쓰지 못하게 되거나 가짜 사랑을 진짜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여러분이 단짝이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늘 함께 하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습니다. 나는 저 단짝 친구가 유일한데 단짝 친구는 자꾸만 새로운 친구와 이야기하고 어울려 놉니다. 이 모습을 보면 여러분은 당연히 화가 나겠죠? 단짝 친구는 오로지 내 차지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단짝 친구에 대한 배신감도 느껴지고 슬퍼집니다. 단짝 친구를 잃게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홀로 남겨졌다는 사실에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단짝 친구도, 새로운 그 친구도 너무나 밉습니다. 내 마음은 오로지 미움과 분노로 가득 차오릅니다. 그러나 내 입장이 아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단짝 친구가 정말로 내가 싫어서, 나보다 새로운 친구가 더 좋아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확신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친구는 나에게 단짝 친구를 빼앗아가기 위해서 일부러 접근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 새로운 친구는 나와 단짝 친구 모두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나의 지나친 집착 때문에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내 주변을 맴돌다 단짝 친구와 친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내가 단짝 친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 단짝 친구도 잃지 않고 새로운 친구도 만들 수 있는데 오로지 단짝 친구는 내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러분은 두 명의 친구를 잃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변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집을 부리지 않고 집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직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여러분일수록 진짜 사랑을 찾기까지 수없이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물건들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나의 사랑이 되도록 많은 곳에 닿게 하여 자신의 사랑이 얼마만큼이나 감쌀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른이 되지 않은 여러분들이 가진 가장 큰 특권 중에 하나는 변덕입니다. 변덕이 나쁜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변덕은 나쁜 것이라고 배우게 되면 조그만 변화에도 쉽게 상처 받고 그 상처를 오래오래 간직하다가 집착을 하게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집착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물론 변덕을 부리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행동은 아니라는 걸 기억하세요.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변덕을 부리는 일이 줄어듭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 어른이 되기 전까지 수없이 부린 변덕 덕분에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마음이 변하고 사랑이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어른이 되기 전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인 변덕을 마음껏 이용하세요. 이것이 사랑의 기술이 될 테니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은 재능과 용기를 만들어주는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