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부산, 바다에서 답을 찾자

by 배광효


95. [기고] 부산, 바다에서 답을 찾자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확정된 이후로 부산에서 해양 수도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다. 해수부의 기능 확대, 청사의 위치, 해수부 관계기관 및 민간기업의 이전, 해사법원 설립 등 다양한 의견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해수부 부산 이전에 즈음해서 우리 부산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다시 바다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 바다를 잃은 도시, 바다를 되찾아야


부산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바다를 지녔다.

그러나 정작 그 바다를 다스릴 권한은 턱없이 부족하다 못해 거의 없다. 북항 재개발은 수년간 표류했고, 남항·다대포·감천·대변항도 제빛을 잃었다. 바다를 두고도 주체적으로 설계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부산 해양 특별시’를 재추진해 해양 자치권을 가져와 바다의 소유권과 개발권을 확보해야 한다. 부산항만공사의 지방공사로의 전환도 적극 검토할 때다. 그래야만 부산 바다를 시민의 공간으로, 미래 산업의 터전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도시가 바다를 갖지 못하면, 언젠가는 바다가 도시를 떠난다.


- 정온 수역과 해양 벨트, 바다를 삶의 무대로


태풍과 해일, 해수면 상승은 해양도시 부산의 숙명적 리스크다.

그러나 안전 인프라를 보강해 정온 수역을 확보하면, 바다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 된다. 방파제로 지켜낸 바다는 곧 경제와 여가의 무대가 될 수 있다. 바다가 해양산업단지로 탈바꿈한다.


부산 앞바다를 잇는 해양 벨트를 상상해 보자.

천성·다대포·남항·북항·수영강 하구·기장까지 연결해 요트와 수상택시, 유람선이 오가고 시민은 사계절 해양스포츠를 즐긴다. 컨테이너 기능을 신항으로 이관하고 북항 전역을 시민에게 돌려줄 때, 바다는 비로소 도시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다. 앞으로 10년 전후 북항에 컨테이너가 없고, 부산에 컨테이너항이 사라진다.


- Blue-Economy, 미래를 여는 청색 기술


육지 자원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 바다는 심해 광물, 가스하이드레이트, 해양 바이오 등 무궁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선진국은 해양을 미래 산업의 무대로 삼아 과감한 R&D 투자에 나섰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말로 ‘해양 심해연구원’을 설립할 때다.

국가가 주저한다면 도시가 먼저 나서야 한다. 인문 사회는 ‘부산연구원’이, 자연과학과 공학은 ‘해양 심해연구원’이 짝을 이루면 된다. 연구가 인재를 부르고, 인재가 기업을 끌어오며,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


블루 이코노미, 청색기술이야말로 부산이 가야 할 미래의 바다다. 북극에는 항로만 있는 게 아니다. 심해자원이 있고, 에너지가 있고, 해양 바이오와 수산자원이 있다.


-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미래학자들은 태평양을 ‘미래의 바다’라고 부른다.

부산은 바로 그 바다의 관문에 서 있다. 부산 시민이 하루는 산을 오르고, 다음 날은 바다 위를 달리고, 그다음 날은 바다 아래를 경험하는 도시—그런 일상이 가능할 때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은 구호가 아니라 삶의 묘사가 된다.


우리 부산은 오랫동안 육지의 개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바다를 설계해야 한다. 바다에 대한 권한을 되찾고, 시민을 위한 공간과 산업을 그 권한으로 만들어야 한다. 해양성, 역동성—부산의 기질에 맞는 해양 문화를 일상으로 돌려줄 때, 비로소 부산은 세계가 주목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태평양을 넘어 북극으로, 남극으로 진출하자.


살고 싶은 도시는 거창한 비전이 아니다.

부산에 사는 즐거움이 많아야 살고 싶은 도시가 된다. 우리가 꿈꾸는 부산, 바다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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