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가덕신공항의 최대 리스크는 공기 단축 집착이다」

by 배광효

해운대 주간일기99,「가덕신공항의 최대 리스크는 공기 단축 집착이다」

가덕신공항은 지역 숙원사업을 넘어 국가 항공 안전과 행정 신뢰가 함께 걸린 초대형 국책 인프라다. 이런 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절차와 판단의 정확성이다. 그러나 최근 부산시가 보여준 일련의 발언과 선택들은 이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대목은 공기단축에 대한 집착이다. 아직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고, 착공은커녕 사전 적격심사(PQ)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공기단축과 ‘준공 전 개항’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행정적으로 순서가 뒤바뀐 발언이다. 공공공사는 입찰, PQ,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계약, 실시설계, 착공이라는 명확한 단계를 거친다. 공기단축은 이 모든 과정이 끝난 뒤, 기술적 검토를 통해 판단해야 할 문제다. 아직 누가 공사를 맡을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 단축을 말하는 것은 행정이 계약과 기술의 영역을 앞질러 개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급함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가덕신공항의 구조적 난이도를 고려해 현대건설이 공기 연장을 요구했으나, 행정은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특혜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해상 매립과 연약 지반, 장기 침하 위험을 감안한 기술적 판단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공기 단축’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우선시했고, 그 결과 국내 최고 수준의 대형 토목·해상 공사 경험을 가진 시공사가 사업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공기는 당초 84개월은 현대가 요구한 108개월보다 2개월이 줄어든 106개월로 정해졌고, 시공사 선정은 오리무중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협상 실패가 아니라, 사업 안정성을 스스로 약화시킨 판단 착오다. 정부도 이에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건설의 이탈로 생긴 공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덕신공항은 계획된 공정보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외 상황과 위기 대응 능력이 더 중요한 사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주도적으로 정리하고 책임질 수 있는 ‘버팀목’ 시공사의 부재는 향후 공사 과정에서 심각한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유력 주간사로 거론되는 대우건설은 지금 행정제재 문제를 안고 있다. 집행정지 여부와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계약 시점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마치 일정이 이미 확정된 것처럼 공기단축을 말하고 있다. 이는 현실을 외면한 발언이며, 위험하다.


애초 공기단축 논리는 2030 엑스포 유치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엑스포 유치는 이미 무산됐다. 그 전제가 사라진 지금까지도 속도 논리를 고집하는 것은 정책 판단의 시차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가덕신공항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얼마나 빨리 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제대로 짓느냐’다.

부산시는 정치적 의지를 앞세우기보다, 행정의 책임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이라도 대형 시공사의 참여 구조를 재검토하고, 공기단축이 아닌 안전과 완성도를 중심에 둔 판단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속도로 완성되는 공항이 아니라, 신뢰로 완성돼야 할 공항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국 행정을 이끄는 부산시에 돌아간다.


요즘 시중에 떠도는 “NGO 형 리더십”, “포럼형 리더십”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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