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간일기 103. “나는 그 삭발을 직접 봤다”
나는 공직에 있을 때
삼성자동차 살리기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현장에서 겪었다.
그때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시민단체 회장들이
머리를 깎던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봤다.
그건 결코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삼성자동차가 무너지던 1999년,
부산은 도시 자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회사 문을 닫을지, 직원들을 내보낼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머리를 깎던 날,
그건 정치가 아니라
생존의 선택이었다.
가덕도 신공항도 마찬가지였다.
수십 년 동안“또 무산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 속에서
시민단체 회장들이
삭발을 반복했다.
그건 요구가 아니라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삭발이라는 행동이
얼마나 무겁고, 얼마나 마지막에 선택되는 것인지.
그런데 오늘,
현직 부산시장이 머리를 깎았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통과를 촉구한다며
스스로 삭발을 선택했다.
나는 묻고 싶다.
정말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나.
시장은 시민이 아니다.
행정을 움직이고,
정치를 설계하고,
협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다.
그 자리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삭발이 아니라
전략과 결과여야 한다.
부산은 이미
머리를 깎아본 도시다.
그래서 안다.
삭발은
마지막 수단일 때만 의미가 있다.
삼성자동차 폐업 위기 때의 삭발은
도시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가덕도 신공항 때의 삭발은
미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절규였다.
그렇다면 오늘의 삭발은 무엇인가.
정치적 압박인가,
박한 결단인가,
아니면 보여주기인가.
부산 시민은
그 차이를 구분할 만큼 충분히 경험이 쌓인 도시다.
나는 그 현장을 봤던 사람으로서
오늘의 장면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삭발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할 자리,
그게 바로
시장의 자리다.
그때는 시민이 머리를 깎았고,
지금은 시장이 머리를 깎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단의 연출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책임이다.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