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간의 사이가 틀어지거나 어긋나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사소한데서 일어난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로, 그리고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순간에 일어나기도 한다.
남자와 여자는 적당히 맥주 한잔 한 기분 좋은 상태였다. 여자는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모르지만 꽤나 이것저것 남자에게 이야기하며 걷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꽤나 친한데, 연인사이는 아니었다.
얼핏 들리는 대화에 '그때 너가..'라는 말이 들리는거보니, 두 사람 오랜 시간 친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식의 태도로 조금은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둘이 걸어가던 길가의 작은 꽃집에서는, 색감만큼이나 향이 좋은 꽃들을 길가에 가득 펼쳐놓고 있었다.
여자는 꽃앞에 멈춰서서 향도 맡아보고 이꽃저꽃을 구경하면서 예쁘다고 말했다. 아무말없이 서있던 남자는 "야 너 남자한테 꽃 받아본적 없지" 라며 툭 말을 던졌다. 여자가 어이없다는듯이 쳐다보자, "이제 내가 사줄게, 골라봐." 라고 말하더니 멋쩍은지 애꿎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다소 당황한듯 하긴 했지만, 좋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데 싫지는 않은 얼굴로 꽃을 고르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사귀면 크리스마스가 100이라 고백데이라던데, 오늘 또 하나의 친구사이가 그렇게 사소하게 틀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엄마에게 선물할 꽃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