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관계에 있어서 상처를 입는 경우는 종종 생기지만, 문제는 그게 다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인연의 소중함, 감정과 마음의 귀함은 안중에도 없는 가벼운 사람을 경험하고 나면, 진실되고 진중한 사람을 봐도 믿음이 가지 않게 되듯이.
처음 남자를 만난 건 우연치 않게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였다. 짧은 프로젝트였기에 일은 곧 끝났지만 실수 많았던 여자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네준 남자가, 여자는 못내 고마웠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는 만날일이 없는 인연을, 어떻게든 연결해 보고싶었던 여자는 고민하던 끝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먼저 연락을 해보았다.
함께 아는 사람도, 공유할 수 없는 특별한 공통점은 없었지만 매일 주고 받던 소소한 이야기로 둘은 새벽까지 이야기를 주고 받고는 했다. 늦게잔탓에 피곤하고 지쳤지만,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소소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고 느낀 그날 밤이 지난 후,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여자를 대하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꽤나 깊이 상심했던 모양이다. 특별한 밤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여자에겐 꽤나 특별한 밤이었기에.
그래서일까. 새롭게 다가온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게.
정말로 진중하고 진지하게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이 나타났음에도, 믿지 못하는게.
마치, 어쩌다 처방받은 감기약이 듣지 않았다고 해서 병원이나 의사라는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님에도, 감기는 병원 가도 별 수 없어.라고 결론 내리는 것처럼.
실패한 인연이 있었거나,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연애 그 자체가, 혹은 누군가를 만나는것 자체가 필요 없는게 아님을 알면서도.
놓치는 것보다 잃는 것이 두려운 우리는. 오늘도 그렇게 또 움츠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