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은희 Aug 23. 2016

단 하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 번뿐인.

" 너랑은 아무런 목적이 없이 만나도 돼서 좋아. "


2년여 만에 만난 친구가 팥빙수의 팥을 휘저으며 내게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우리는 어느덧,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을 하면 반갑다는 말이 아닌 결혼하냐는 말부터 듣게 되는 이십 대 후반이 되어버렸다.


이 아이랑 나는 벌써 15년 지기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군  좋다는 동네로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마냥 이사를 온 우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부촌이었던 낯선 동네에서 금방 가까워졌다.

같은 중학교에 갔지만 같은 반인적도 없었고, 고등학교도 대학도 따로 갔는데 웬일인지 지금까지 서로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초등학교 동창이자 가장 오래된 친구다.


초등학생의 사귐이란 게, 기껏 해봤자 하굣길에 불량식품 하나씩 입에 물고 집에 걸어오는 게 다인데.

이제 다양한 사람과 좋은 레스토랑에 가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를 마셔도, 초등학교 때 하굣길 같은 편안함과 공감대는 없다.


" 내 생각인데, 그전에 다니던 학교애들이 나를 못 찾는 것 같아."


전학 오기 전에 5년 반이나 다녔던 초등학교를 떠올리며, 그녀는 졸업앨범도 그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찍었는데

단 한 명의 동창도 자신을 찾지 않는다며, 이건 못 찾는 거라고 단정 지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안 찾는 걸 지도 모른다고 대꾸했지만 인터넷이 이렇게 발달해도 예전에 학교를 다니던 친구 찾는 건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꼭 기술의 문제라기보단,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쁘니 말이다.


만나고 있는 분과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데 고민이 많다는 그녀는 아까보다 더 세차게 팥을 휘저으며 ㅡ 청첩장 나오려면 멀었지만 예전부터 부케는 내가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M 언니의 무사 귀국을 소망하며


꽃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씩 집 근처 꽃시장에 가서 꽃구경도 하고 몇 단씩 사 오기도 한다. 드라이플라워를 만들기도 하고, 꽃다발을 만들기도 해서 지인들에게 종종 선물을 하는데 꽃을 받아 든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선물을 주는 내가 더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좀 더 꽃을 잘 알고, 잘 다룰 수 있다면 소중한 사람들의 결혼식의 부케는 내가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친구에게만큼은 세상에 단 한 번뿐인, 하나뿐인 부케를 만들어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받을 거지만.



친구의 결혼까지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모르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 번뿐인 그 아이만의 부케를 위해서 "부케"와 "꽃" 에 대해 앞으로 공부해볼 생각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