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추운 날씨다. 집앞에 카페가 새로 생겼는데, 콩볶는 냄새가 적당히 향긋한 조용하고 아담한 카페다.
창밖에서 얼핏 보인 주인 아주머니는 아주머니라고 하기에도 할머니라고 하기에도 다소 애매한 연배로 보였다.
따뜻한 라떼 한잔 하면 좋을 것 같은 날씨라, 카페에 들어섰다. 어서오라며 미소짓는 아주머니의 미소가 꽤나 설레보였다. 아주머니는 내가 오늘의 첫 손님이라며, 무엇을 마실지 물었다.
"라떼 한잔 주세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커피맛을 구분할 만큼 미식가도 아니고, 라떼맛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아메리카노보다는 우유가 들어가서 건강할 것 같아서- 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이던 그녀가 귀여워서
같이 마시기 시작했던게 벌써 5년이나 지났다.
동네에 한개 있을까 말까했던 카페들이, 이젠 한집거르면 카페가 나올만큼 많아졌고,
웰빙이다 뭐다해서 메뉴판에 알록달록한 메뉴들은 늘어가지만 나는 여전히 라떼를 마신다. 5년전도, 지금도.
라떼를 마시고 있으면, 왠지 너도 어딘가에서 나처럼 라떼를 마시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어찌보면 궁상맞기 그지없는 생각인데도, 그때 우리의 시간속으로 잠시나마 들어가보는 기분이라서 오늘도 라떼를 주문했다.
가게를 연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몰라도, 거품을 내는 아주머니의 솜씨가 상당히 서투르다. 그래도 맛은 기대보다 나쁘지 않다.
어쩌면 그때 나도 너도, 이 작은 카페의 주인처럼 처음이라 서툰것뿐, 우리 만남은 나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남자다.
그러고보니 이 카페 구석에 있는 저 나무인형, 우리 가게에서 파는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