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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은희 Oct 13. 2015

나무 인형

남편이 세상을 떠난지도 어언 3년이 다 되어간다. 그 누구보다 날 아껴주고 사랑했던 그가 떠나고 나니

그다지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늘 함께 걷던 공원도, 자주가던 밥집도, 남편이 좋아해서 종종 들르던 작은 반찬가게도 갈 일이 없어졌다.


무기력하게 있던 어느 날. 

동네를 이리저리 걷다 보니 작은 공방이 있었다. 


딸랑. 


공방에 들어서자 작은 종이 울렸다. 가게에 주인은 따로 없는지, 조용하고 아담한 공방이었다.

목재로 만든 소품이나 가구 등을 이리저리 늘어놓은 공방에 오니 

남편이 봤으면 좋아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더 우울해졌다.


가게 안을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는데, 주인은 아닌듯했고 알바생인듯한 젊은 여자가 몸집만한 상자를 들고 구석에서 나타났다.



"어서오세요! 제가 짐을 나르느라구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저희는 다 수제에요!^^"


체구는 작은데, 목소리는 얼마나 힘차던지. 힘없던 나는 그 아가씨를 보니 괜히 웃음이 났다.


요즘에는 어떤 상품이 인기가 있냐니까, 작은 나무인형 하나를 꺼내보였다.

걱정인형이라고, 자기전에 이 인형에게 힘든 이야기를 하고자면, 인형이 그 고민을 다 듣고 대신 걱정해준다는 거다. 인디언들의 풍습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한참 해주는 아가씨가 왠지 예쁘기도 하고, 나도 마음에 들어 인형을 사서 집에왔다.



오늘은 남편 이름을 딴 카페를 여는 날이다. 그 동안 나의 고민을 함께해 주었던 나의 작은 나무인형은, 이제 우리 카페를 지켜줄거다. 


카운터옆에, 나무인형을 앉혀보았다. 


여보, 당신이 그토록 열고 싶어했던 작은 음악카페를 오늘 열었어요. 당신도, 자주 놀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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