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어쩐지 나를 생각하며 고른 것 같았다
기차역에서의 마지막 포옹,
멈추고 싶었던 순간,
그리고 한 조각의 케이크에 적힌 말.
2024년 8월 16일
그를 잊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젯밤 꿈속에서,
나는 여전히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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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동안 아무 글도 쓰지 않았어요.
아마 이유는 늘 그에 대한 이야기로 끝났기 때문이겠죠.
다시 글을 쓴다는 건,
그의 이름을 다시 손끝으로 만지는 일이었어요.
더 이상 내게 대답하지 않는,
더 이상 나와는 무관한 그의 현재를
조용히 다시 마주하는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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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그의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작은 축하 자리,
소소한 장면 속에서
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어요.
‘파도’.
그 단어를 보자,
어느 순간부터
그가 나를 떠올리며 선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둘을 위해,
우리 둘만 아는 이유로,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아직 내 안에 살아 있는 무언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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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없지만,
그 단어가 내 이름처럼 느껴졌어요.
누군가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나를 기억해주는 것처럼.
내 착각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순간,
정말 그런 것만 같았어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조용한 신호,
아무 소리 없이 되돌아오는 파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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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와 다시 꿈을 꿨어요.
역 앞에서 이별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는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나는 작게 인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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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누군가가 내게 말했어요.
“정말 그를 사랑한다면,
가서 말해야 해.
가지 말라고, 함께 있고 싶다고.”
그래서 나는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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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내려가 플랫폼으로 향했어요.
기차가 곧 도착할 걸 알았기에
조급한 마음으로 그를 찾았어요.
그를 발견했어요.
앞에 섰어요.
말하고 싶었어요.
외치고 싶었어요.
“가지 마. 나랑 있어 줘.”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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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나고 싶다면,
나는 그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를 꽉 안았어요.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어요.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잘 다녀와.”
꿈속에서도, 나는 울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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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깼을 땐,
남편 곁에서
눈가가 젖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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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온종일
나는 그 역에 있었어요.
그 포옹 안에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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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파도’를 떠올렸어요.
짧고 깊은 그 단어를.
마치
이루어지지 못한 모든 것이
그 안에서 조용히 살아 있는 듯했어요.
내게는
그 단어가 신호처럼 느껴졌어요.
그와 나를 이어주는 마지막 파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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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바다를 기억할까요?
우리의 첫 데이트,
차가운 모래,
그를 찾던 내 손,
파도에 휩쓸려 웃던 순간들,
다시 해보라고 말하던 그의 목소리.
그는 그 기억들을 안고 떠났을까요,
아니면 바다 속 어딘가에 두고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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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는
영원히 대답을 듣지 못할 거예요.
남는 건 꿈과,
편지로 쓰이지 못한 말들뿐.
테이블 위에 남겨진 반쯤 먹은 케이크 조각처럼,
말하지 못한 감정도 그렇게 조용히 남아 있어요.
그래도
그를 꿈꾸는 동안엔,
그리고 바다가 나를 부를 때마다
나는 계속해서 쓸 거예요.
그에게 닿지 않더라도,
나만 읽는 이야기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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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사랑은
때로는
파도 속에,
케이크 위에,
아무도 머물지 않았던 그 역의 공기 속에
자신만의 형태로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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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야, 너였니?
— Ha Eun Ma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