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다시 만난 바다와 당신
2024년 08월 05일
마치 오래전 일처럼.
또는, 방금 일어난 일처럼.
기억은 흐릿하지만,
그 순간이 분명히 있었음을 안다.
⸻
우리는 샌디에이고의 미션 비치에 있었다.
늦은 오후였고, 햇살은 점점 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물은 차가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있었고,
나도 그곳에 있었다.
우리는 함께 서핑을 했다.
웃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물속에서 그의 손이 내 손을 스쳤고,
가끔은 파도 사이로 그를 놓쳤다가도
기적처럼
그가 다시 나타났다.
젖은 채로, 살아 있는 듯이,
행복한 얼굴로.
우리는 그렇게 오후를 보냈다.
세상에 바다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
그게 꿈인 줄은 몰랐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어렴풋이 느껴졌다.
모든 순간에 조용한 긴박함이 있었으니까.
마치
그날이 마지막인 걸
어딘가에서 알고 있었던 것처럼.
해가 지면
그도 함께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나는 그날이 끝나지 않길 바랐다.
그가 떠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그의 모든 몸짓,
모든 파도,
그의 피부에 맺힌 소금기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
우리는 젖은 모래 위에 나란히 누웠다.
오후의 끝자락,
나는 바닷소리를 들었고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영원히 이렇게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공기 속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희미해졌고
바람은 차가워졌다.
그리고
내 안에는 보이지 않는 슬픔이
조용히 피어났다.
“조금만 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제발, 조금만 더.”
⸻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
그 순간을 가슴에 박아 두고 싶었다.
아무것도 잊고 싶지 않았다.
그의 웃음,
바다 소리,
하늘 아래 반짝이던 그의 눈동자까지.
하지만 꿈은 언제나 조용히 끝난다.
멈출 틈도 없이,
나는 혼자 깨어났다.
그의 온기, 그의 웃음,
바람, 빛…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안다.
우리는 거기에 있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그 해변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둘이서 웃고 있을 거라고.
—Ha Eun Ma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