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화, 그 노래, 끊고 싶지 않았던 그 밤.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밤.
전화기 너머의 너와, 끊고 싶지 않았던 대화와 노래 속에서
나는 잠시 다시, 너와 함께였다.
2025년 2월 13일
어젯밤, 너와 꿈을 꾸었다.
너무나 생생해서 깨어난 후에도 어느 세계가 진짜인지 헷갈렸다.
네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맴돌았고, 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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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 우리는 전화로 대화를 나누었다.
긴장도, 미완의 질문도 없었다.
시간이 무겁지 않은 순간처럼 자연스러웠다.
마치 한 번도 끊지 않은 듯한 대화였다.
그러다 문득, 네게 내 생일임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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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침묵이 흘렀다.
현실이라면 아플 수도 있는 침묵이었지만, 꿈속에서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네가 잠시 기다려 달라 했고, 나는 기다렸다. 예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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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너머 고요가 들려왔다.
네가 어디론가 걸어가는 듯했다. 그리고 네가 돌아왔다.
따뜻하고 기쁜 목소리였다.
축하를 건네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로 노래 한 곡을 틀었다.
무슨 노래인지 모르지만 참 아름다웠다.
꿈속 가사는 마치 나만을 위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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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끝나자 나는 고마움을 전하고 “네가 노래해 줘”라고 부탁했다.
너는 망설이며 웃었다. 노래를 잘 못 한다고 했지만,
“이번 한 번만 제발” 간청했고, 너는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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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고 달콤한 목소리였다.
음정이 맞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네가 나를 위해 노래해 준다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나는 마치 다시 열다섯 살이 된 듯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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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우리는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전화를 끊고 싶지 않았다.
핑계로 시간을 벌고, 추억과 영화,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네가 또 다른 노래를 틀며 말했다.
“이 노래도 너를 생각나게 해.”
나는 들었다. 모든 노래가 익숙했다.
스페인어로 된, 한때 너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들.
그리고 이제 너는 그 노래들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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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나는 자리를 떠야 했다.
누군가 부르고, 무엇인가 나를 불렀다.
하지만 떠나고 싶지 않았다.
기다려 달라 부탁했고, “곧 돌아올게”라 말했다.
돌아왔을 땐 네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네가 있었다.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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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네가 가고, 내가 가고,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돌아왔다.
어느 순간 우리는 말을 멈췄다. 그저 함께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 침묵은 아프지 않았다. 그것은 동행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노래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순간들.
그 후 네가 말했다.
일을 바꾸고, 일본으로 이사 갈 생각이라 했다.
여기 생활이 어떤지 물었고, 나는 계절과 여름 매미 소리, 아침밥 냄새,
4월 길가에 떨어진 꽃들을 이야기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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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내가 떠날 거란 말은 하지 못했다.
네가 올 때쯤이면 나는 없을 거라, 말할 수 없었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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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는 슬픔이 없었다.
단지 불가능한 것들의 따스함만 있었다.
함께 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이
우리가 나누지 못한 전화와 서로에게 들려주지 못한 노래 사이에
쉼터를 찾은 듯했다.
시간과 공간이 한 음, 한 마디, 작은 “내가 여기 있어”에 녹아내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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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든 채로, 나는 너와 함께 있었다.
시간도, 죄책감도, 끝도 없이.
— Ha Eun Ma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