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젖는 바다

그날의 파도처럼, 네 기억은 아직도 내 안에 스며든다.

by Ha Eun Marel



어느 여름날, 당신이 밀어준 파도가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잊은 줄 알았는데, 파도는 늘 돌아오고 있었다.




그날을 기억나?

내가 처음 바다 위에 떠 있었던 날.

처음이었다. 너는 나에게 서핑을 가르쳐주었고

나는 너의 웃음을 훔쳤어.

조금 무서웠지만,

네가 내 등을 뒤에서 밀어줬을 때

파도보다 더 큰 무언가가 내 안에서 깨어났어.


너를 생각하면,

나는 다시 기억과 바람에 스며들어.







미션 비치, 샌디에이고.

차가운 물, 물 위에 떠 있는 법을 가르쳐주던 너의 손.

스피커에서 “Surfin’ USA”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내가 너 예쁘다고 말했을 때

너는 서핑 보드를 모래에 꽂아두고 웃었지.

스스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그 웃음을 밤마다 꺼내 나를 달래곤 했어.

너의 웃음은 아직도 살아 있어.

내 손끝에, 조그맣게 갇힌 채.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야.

그때부터 조용히, 너를 원하기 시작했어.



지금 그 해변, 그 노래 속에는

너 없는 파도만 부서져.

가끔 “Kiss The Rain”을 틀면

눈을 감는 순간, 다시 내 안에 밀물이 차올라.

그때처럼 — 차갑고, 달콤하고, 너로 가득해.

발목부터 시작해 무릎을 감싸고, 배까지 덮어와.

느리게 밀려오는 파도는 너의 목소리, 웃음, 입술의 소금을 데려와.

멈추고 싶지 않아.

가끔은 내가 품은 물이 너에게 열려 있는 문 같아서,

되돌아오는 파도마다 나를 조금씩 벗겨내고

너만 읽을 수 있는 떨림으로 나를 남겨.

그리고 그 파도가 스며들도록 내버려둬.

나를 안에서부터 다시 기억하도록,

생각의 끝에서

아무도 모르게 네 손길이 스치도록.



너도 가끔은 기억하니?

짠 바닷물 맛, 내 입술에 남았던 소금기,

너의 등 뒤에 숨겼던 작은 떨림.

이건 그저 흘려보내는 말이지만

혹시라도 네가 이 말을 읽게 된다면,

알아줬으면 해.


나는 아직도 그 파도를 기억해.

그 어떤 바다보다 깊었던 너의 웃음을.

그리고 아직도 —

가장 깊은 곳에서

눈을 감으면

밀물은 돌아와.



-Ha Eun Ma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