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침묵에도 나는 나만의 언어로 답했다.
어쩌면 그는 몰랐을 거예요.
나는 한 번도 그에게 대답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걸.
말로 하지 못한 마음은 끝내 글로라도 남기고 싶었어요.
이 글은 내가 그에게 남긴, 끝나지 않은 대답이에요.
나는
단 한 번도 그의 메시지를
대답 없이 넘긴 적이 없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조차
나는 대답했어요.
마음속으로,
보내지 못한 편지로,
떠다니는 질문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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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몰랐을지 몰라도
나는 언제나
조용히 그에게 말을 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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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가 내게 보낸 말은:
“준비되면 알려줘.”
나는 두 단어로 답했죠.
“I will.”
그때도 진심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래요.
그 프로젝트 안에 머물러 있어요.
하지 못한 말을
글로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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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상했어요.
다시 그를 마주친다면
무슨 말을 할까,
무엇을 삼킬까.
가끔은 그저
내 글을 그가 읽고
잠깐이라도 죄책감을 느끼길,
그리움을 느끼길 바랐어요.
못다 한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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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를 떠올린 적이 있을까요?
카페에 앉아 있을 때,
길에서 노래를 들을 때,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낼 때.
그의 평범한 순간 사이로
내 이름이 스쳤을까요?
나는 몰라요.
아마 평생 모르겠죠.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요.
나는,
매번,
대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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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내가 한심하다고 느꼈어요.
애써 사랑을 구걸하는 사람 같아서,
나 혼자 애쓰는 것 같아서.
그러다 깨달았어요.
누군가의 침묵은
그 사람 자신을 말해주는 거지
나를 말해주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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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그가 다시 연락했을 때도
나는 또 대답했어요.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그가 나를 선택해주길 바랐어요.
머물 수 없더라도
적어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는 해주길.
그 한마디를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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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진심이었고,
그를 이해하려고 애썼어요.
가끔은
그의 마음 안으로
걸어 들어간 적도 있어요.
그의 눈으로 보고,
그의 두려움으로 생각하려고.
나는 자존심보다
사랑을 먼저 택했어요.
언제나.
그는 모를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그에게 대답하고 있어요.
나는 항상
대답했어요.
— Ha Eun Marel
쓰지 못한 편지에도, 대답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