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었던 밤 – 1

물감에 물든 얼굴

by Ha Eun Marel




같은 밤에, 나는 그를 두 번 꿈꿨다.
잠결 사이에 간신히 갈라진, 다른 두 개의 꿈.
이 이야기는 그중 첫 번째 이야기이다.




2025년 6월 10일


지난밤, 나는 그를 두 번 꿈에서 보았다.

이상하고, 의미 없는 꿈.

하지만, 꿈에 의미가 있던 적이 있었나.


대학교가 눈앞에 펼쳐졌다.

숨을 쉬는 기억처럼.

나는 회화 수업을 듣고 있었고,

그도 있었다.

그리고 꿈에서만 존재하는 내 오빠도 같은 조에 있었다.


모든 것이 평범해 보였지만,

어딘가 가능성으로 살짝 물들어 있었다.



교실의 빛이 책상 위로 떨어지고,

종이와 말라버린 물감 냄새가

어느새 내 코끝에 닿았다.


교수님이 에세이를 읽고 있었다.

누군가의 솔직함에, 웃음이 터졌다.

맑고, 가볍고, 숨길 수 없는 웃음.


채점된 과제가 내 손으로 돌아왔다.

빨간 점수가 선명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몰려오는 듯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웃었다.

나는 종이를 얼굴 가까이 들어 올렸다.

글자 뒤에 숨듯,

내가 여기에 있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내가 그를 따라온 거라고 생각할까 봐.

어쩌면 정말 따라온 걸지도 모른다.



며칠 뒤, 버스 정류장에서 그를 또 보았다.

기둥 뒤로 몸을 숨기고,

손대면 사라질 기억처럼,

멀리서 바라보았다.



기말 프로젝트를 하던 날,

물감이 바닥에 떨어졌다.

번져가며 퍼진 색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처럼 번쩍였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것을 주웠고,

그도 똑같이 몸을 숙였다.

오빠는 닦을 것을 가지러 갔고,

우리는 단둘이 남았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물감은 내 얼굴과 손에 묻어,

현실도, 약함도 가리고 있었다.


우리는 의미 없는 말들을 주고받았고,

그러다 오직 우리만 알 법한 말을 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너… 너야?”


나는 웃었다.

그래, 나였다.

그는 화가 난 게 아니라,

그저 놀란 듯했다.


잠시,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시간이 우리를 위해 멈춘 듯.



말은 가벼웠고,

침묵은 다리를 놓았다.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고,

아프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내 마음이 작은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무언가 바뀌었다.

과거의 그림자. 엄마의 얼굴.

그의 얼굴이 흐려지고,

사랑했고, 두려워했고, 배신당했던 얼굴과 섞였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했던 얼굴.


나는 머물고 싶었다.

그 빛 속에 그대로 서 있고 싶었다.

하지만, 머무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내 안에서 무엇인가 타올랐다.

지우고, 떼어내고, 없애버리고 싶은 충동.


그게 가능했는지, 알 수 없다.

꿈은 내가 깨닫기도 전에 바뀌고 있었다.



꿈이란, 가끔 이렇다.

약속 같지만, 결국 찢겨 나가

메아리만 남기는 순간.


남지 못한 것들만, 오래 남는다.


—Ha Eun Marel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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