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혜원의 독서 지도
2016년이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한해를 돌아보면서, 올해를 채웠던 생각의 지도를 따라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올해 저를 채워 주었던 책들이 떠올랐습니다.
독후감 노트를 보니 올해는 36권의 책을 읽었더라구요.
35권, 37권이 아닌 무언가 온전해보이는 36권의 책이어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
좋은 것은 나누어, 널리 널리 이롭게 하고 싶은 마음에 제 36가지 생각지도를 펼쳐 보입니다.
36권을 키워드 별로 나누어 보니,
비즈니스/자기계발(10)
창업 스토리(10)
중국(5)
인생(8)
신학(3)
이렇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책마다 준 울림의 깊이나 경중이 다르기에, 그중에서 여섯 권의 책은 특별히 자세하게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맨 아래에 36권 리스트를 보실 수도 있어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책들은 꼭꼭! 읽어 보시라고 추천해 드리고픈 명작입니다.
저자 Adam Grant는 굉장히 상식이라고 믿고 있는 상식들을 뒤엎어서 흥미로운 각인들을 선사합니다.
예를 들어 '일을 빨리 처리하고 first-mover advantage를 선점하는 것이 좋다', '기업가들은 단 한꺼풀의 우유부단함과 두려움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risk-taker들이다'라는 우리 뇌속에 자리잡힌 선입견들... 이걸 통계, 심리, 경영학적으로 뒤엎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을 빨리 시작하는 것보다 중간에 시작하는 것이 효율을 높여준다든지, 어떤 뛰어난 기업가들은 사실은 굉장히 risk adverse해서 리스크를 헷징하고, 또 헷징한 이후에야 100% 자기 사업에 뛰어들었다든지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을 추적해 눈앞에 보여주죠.
실생활에서 'originals'를 위한 실질적인 팁도 얻을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Adam Grant의 강연들을 좋아하는데, 책도 재미있게 잘 써서 두번씩 속독한 2016년 최애 책! 아이러니하게 이책에서 한 책에 대해 '호평'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전문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지만 어떡합니까.. 정말 좋은 책이었는데요^_^;;
그리고 책의 가장 마지막 장, 가장 가슴에 각인됐던 글을 공유합니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미국인에게 생명,자유, 행복추구라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행복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대부분 세상을 있는 그대로 즐기겠다는 선택을 한다. 독창적인 사람들은 시류를 거스르는 힘겨운 투쟁을 감내하면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들은 생명과 자유를 존중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쾌락을 충족시키는 일은 일시적으로 포기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도 뒤로 제쳐둔다. 그러나 멀리보면, 그들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기회를 얻는다. 그런 기회를 얻게 되면 색다른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독창적인 사람이 된다 함은 행복을 추구하는 가장 쉬운 길은 아니지만, 숭고한 목적을 추구함으로써 행복을 느끼기에는 최적의 길이다.
첫번째로 소개했던 Adam Grant가 <오리지널스> 3년 전에 내놓았던 책입니다.
이 책은 바쁜 와중에도 다른 사람을 돕고, 앞장서서 지식을 공유하고, 아낌없이 조언하는 '주는' 사람들이 충분히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고 심지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과학적 연구를 통해 검증합니다.
특히나 냉철한 이성으로 철저히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업계에서도?라도 생각하게 되지만 이 책의 첫 장이 벤처 캐피탈리스트 David Hornick의 이야기로 시작되죠. 주는 사람들이 세상 끝까지 호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들이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주는 사람'이 지치지 않고 계속 줄 수 있는 몇가지 꿀팁을 소개해주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책을 읽어보면서 어떤 방법이 자신과 맞는지 비교해보면서 읽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사실 제게는 큰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페이스북에 왜 전체공개로 이런 기사들을 전달해주냐, 너 바쁜데 왜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냐..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는데요.
글쎄요. 저는 그래요. 주는 것 자체가 제게 큰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제가 어렴풋하게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을 사회과학적으로, 통계적으로, 경영학적으로 정리해준 애덤 그랜트..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 꼭 한번 읽어 보세요 :)
넌 천재가 아니잖니.
저자 Angela Duckworth가 책을 시작하는 동기는 굉장히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페이스북에서 카드뉴스로도 굉장히 큰 호응을 받았던 이야기인데요. 저자의 아버지는 시종일관 "넌 천재가 아니잖니."라고 말하며 그녀를 키웠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가 지능적으로 크게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며 자라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세계적으로 연구실적을 인정 받아 '천재들의 상'이라고 불리는 맥아더 상을 수상합니다. "왜 내가?"라고 생각하게 된 순간,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밝히고자 달려온 자신의 삶 자체가 그 비밀의 열쇠였다는 걸 깨닫게 되죠. 참고로 그녀가 받았던 상은 "성공은 타고 난 재능보다 열정과 끈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서 받게 된 상이었습니다.
이 책은 누구나 다 아는, 성공하려면 노오오오오ㅗ오ㅗㅗ력을 해야지!라고 일차적으로만 일깨우는 책이 아닙니다. 저도 그런 책들 싫어합니다. 나도 안다고!!!
그런데 실제로 그 노오오오오오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다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많은 노트를 써내려 가면서 읽었던 책인데요. 다음은 이 책들에서 저를 움직인 몇가지 비밀들입니다.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하는 법
높은 목적의식을 갖는 법
승자가 되면서 동시에 타인을 돕는 법
다시 일어나서, 희망을 품는 법
신기하게도, '승자가 되면서 동시에 타인을 돕는 법'에서 Adam Grant가 생각나서 Angela와 Adam의 사이를 검색해보았더니, 둘이 친한 친구더라구요!! 여기서 다시금 연결고리의 힘을 믿으며 혼자 소름끼쳐 했습니다^^;;; 자세한 지침들,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실감나는 사례들은 책 속에서 확인해보세요.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의 하나가 중국의 전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비상한 지능을 가지지 않고 성공한 자수성가형 사업가의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마윈에 관련된 책은 많이 읽어봤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만큼 적나라하게 마윈을 보여주는 책은 없었습니다.
다른 많은 책들이 마윈이 뉴욕에 상장한 이후부터의 마윈을 보여주며, 피상적으로 '마윈 따라잡기 10가지' 등등의 별로 도움도 안되는 것들을 말해주어서 실망하며 책을 덮어 버린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마윈이 태어났을 때부터, 어렸을 때 얼마나 찌질했는지, 어떻게 수능에서 수학 0점을 맞았는지, 어떻게 영어학원 선생을 시작했는지, 첫 사업 때 얼마나 힘들게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쌈짓돈을 모았는지, 어떤 실패한 결정을 내려 직원들을 힘들게 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여러분, 마윈이 첫 사업할 때 돈이 너무 없어서 물건 떼어와서 동네 시장에서 리어카 끌면서 푼돈을 모았던 것을 아셨나요? '중국 청년들의 희망', '중국의 스티브잡스', '중국을 대표하는 억만장자'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 전에 그가 밑바닥부터 어떻게 기어올라왔는지 꼭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시간순으로 아~주 자세하게 풀어내어, 이걸 노트에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하나의 '연대기'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이것도 언제 슬슬 풀어볼까...생각중ㅎㅎㅎ).
마윈이 도덕경에서 인용한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요.
"크게 완성된 것은 흠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0년 밴쿠버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얼음 기둥 한개가 고장나 작동하지 않았는데, 조직위원회가 잘못을 인정하고 색다른 공연을 연출하여 전세계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만일 이 개막식에서 문제가 없어서 완벽한 공연이 되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특별한 성화점화를 지금까지 기억할 수 있었을까요?
이것이 마윈의 사상을 관통하는 인생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흠이 있어 보이지만 결국은 크게 완성됨을 추구하는' 인간 마윈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에겐 강추!
중국.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휘황찬란한 상하이 야경, 붉은 베이징의 천안문, 혹은 시끌벅적한 중국 음식점 등등 다른 것들을 떠올릴텐데, 저는 '중국 사람'이 떠오릅니다.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기에,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기에 한 가지의 이미지로 그들을 묶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제가 만난 중국 사람들은 '야망'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캐나다로 유학 온 부자 중국 친구들, 베이징 대학교의 평범한 학생, 허름한 구이저우의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 그들은 그 깊이나 넓이는 다를지라도 나름대로 부, 진실 그리고 믿음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야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알맹이들이 있었죠. 공자가 한 말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대군의 지휘관은 사로잡을 수 있어도 범부의 야망은 빼앗을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은 더 이상 평등을 약속하거나 고생을 끝내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번영과 자부심, 힘을 약속했죠. 그럼에도 사람들은 묵묵히 이 약속을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그들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어 준 정치 체제를 앞질렀습니다. 이제 중국에는 너무나 다양한 이면들이 존재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명품을 사들이는 나라인 동시에, 광고에 '럭셔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엄청난 벌금을 무는 나라. 가장 번영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나라 같지만, 한편으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감옥에 있는 공산주의의 나라.
이 책은 중국의 이면에 있는 부, 진실, 그리고 믿음이라는 상반되는 가치들이 어떻게 중국 사람들 사이에 엉켜 있는지를 8년간의 논픽션을 통해 보여줍니다. 중국의 아주 저명한 경제학자부터 거리의 청소부, 시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눌러 담았습니다. 중국의 까발려진 민낯, 중국인들의 욕망을 제대로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강추입니다.
아, 신기한 건 이걸 쓴 사람은 미국인입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뉴요커>지 중국 특파원을 거친 사람이에요. 사실 제가 이 책을 집어들게 한 이유도, 이런 객관적인 시선에서 중국을 한단계 이해하고 싶은 바람에서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툭하면 버릇 같이 나는 왜 살까, 아무것도 하기 싫다, 싫증난다라고 푸념합니다. 이것이 더 심해지면 무기력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삶 속에서 이런 무기력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왜 그럴까요?
에리히 프롬은 이것은 '반드시 타인과 함께 해야 하는 강박'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소속감'이나, '팀워크' 같은 이름으로 부르지만 실상은 자신과 혼자 독대할 수 없는 무능력, 자신이나 이웃의 은둔을 참지 못하는 무능력에서 기인한 것이라 말합니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목차를 따라가면 그 논리의 지도가 펼쳐지는데요.
인간은 타인과 같아지고 싶어 한다
인간의 본질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자유는 진짜 인격의 실현이다
자아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강하다
인간은 자신의 인격을 시장에 내다 판다
현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
진짜와 허울의 차이를 보다
과거, 미래가 아닌 현재에 몰입하고, '남이 바라는 나'가 아닌 '내가 바라는 나'로 살아내는 것.
이것이 주기적인 무기력, 무력감을 극복하는 열쇠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태어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이상 제가 올해 읽은 36가지의 책 중에, 6가지의 책을 선정하여 추천드렸습니다.
그 외에 생각지도를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36가지 책 목록을 적어드립니다. 그냥 숙숙 보고 넘어간 책들을 제외한, 나름대로 생각정리할 거리가 있었던 책들입니다. 나름대로의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하였습니다.
오리지널스
기브앤테이크
그릿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구글의 미래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수업
스타트업 바이블2
네이비씰의 나를 이기는 연습
마윈 - 세상에 어려운 비즈니스는 없다
참여감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 탐방기
나는 어떻게 일하는가
원클릭 -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4가지 비밀
핫시트
일론 머스크
IN THE PLEX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
또라이들의 시대
콘트래리언
메모 습관의 힘
야망의 시대
나는 왜 중국을 공부하는가
인터넷 플러스 혁명
13억분의 1의 남자
중국 도감
다시, 책은 도끼다
사피엔스
왜 나는 무기력을 반복하는가
불안
왜 일하는가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학(3)
목적이 이끄는 삶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김동건의 신학 이야기
저도 한해를 글로 정리하니 앞으로는 더 생각을 정리하면서 읽어야겠다는 것과, 권수보다는 그 풍부함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 12월이 많이 남았어요!
여러분도 2016년을 돌아보는 뜻깊은 한달이 되시길 바랄게요.
그럼 사요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