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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원 Apr 19. 2017

우리는 코끼리를 만지는 일을 계속하자

<49가지 단서로 예측한 중국의 미래> 독후감

중국은 한마리의 코끼리다

우리와 한 집에 살고 있는 코끼리다. 그런데 최근 그 코끼리 너무 커져서 눈이 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전까지 별 관심 없던 애인데, 이제 보기는 봐야겠고, 다들 그 코끼리를 보고 싶은대로 본다.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은 중국 시장이라는 코를, 중국 시장 자체에 관심 있는 사람은 중국 경제라는 꼬리를, 사드배치 때문에 관심이 생긴 사람은 중국 정치라는 귀를, 몇천년의 역사에 감화되어 있는 사람은 중국 역사라는 까칠까칠한 다리를 만진다. 당연히 자기가 보고 싶은 한 단면만을 보기 때문에, 혹은 그것뿐이 못 만져봤기 때문에 내가 만진 코끼리가 진짜라며 왈가왈부할 수 밖에.


당신이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편견

<49가지 단서로 예측한 중국의 미래>라는 제목은 솔직히 ‘중국의 미래’를 점치고 싶어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책을 더 팔아보겠다는 출판사의 전략이었고, 실제로는 <당신이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49가지 편견>이 맞는 제목일 것이다. 중국이 세계를 사들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 중국인은 무례하다? 인터넷이 공산당을 붕괴시킬 것이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많은 편견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중국에 관한 통념들 중 어떤 것들은 말도 안되는 편견이고, 어떤 것들은 편견이 아니라 진정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은 자신만의 우선순위, 안보 필요성,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으며 이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 또한 우리와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이 거대한 코끼리와 부대끼며 살기 위해서 중국을 알아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 그것을 상호호혜와 화(和)를 외치는 자신감 넘치는 중국인, 이를 미국 패권에 대한 정면승부로 바라보며 비판하는 미국인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국제 관계를 오랫동안 주시해온 노련한 노르웨이 학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책이었다. 사실 처음에 노르웨이인이 왜? 라고 생각했지만 서문을 읽으니 노르웨이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작더라도, 오랜 NATO 회원국으로서의 국제 정세에서의 위치와 산유국으로서의 지위, 그러면서 이데올로기 논쟁의 중심에 있지 않은 나라라는 점에서 진정 신기한 나라였다.


중국人을 알아야 중국을 아는 것

독후에 든 생각은, 필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중국인 친구들이 필경 많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중국인들은 무례하고 이기적이라는 편견에 대한 반론과, 중국 남자는 한없이 가정적이라는 것에 대한 반론에서 그녀의 옆에서 재잘거리며 자기 의견을 말하는 중국 본토의 여성들의 입김이 묻어나는 듯 했기 때문이다. 진짜 찾아보니 1998년부터 중국에서 공부해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고, 베이징에서 노르웨이 대사관 문화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노르웨이 외교부와 중국 관련 연구를 한 인재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진정 그 나라 사람들을 알지 못하고서는 이런 글을 쓰지 못한다. 그녀의 책에는 중국을 세계를 사들이는 거대한 나라, 동아시아를 벗어나 아프리카까지 손뻗치고 있는 거시적인 ‘국가’로 인식하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나도 한 나라를 알려면 그 나라의 사람을 알고, 밥을 같이 먹어보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지, 자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만나보고, 느껴보고, 들어보지 못하고서 한 나라를 논하는 것은 ‘눈감고 코끼리 만지기’로 밖에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저자의 서술에 어느정도 인간적인 호감을 느꼈다.


하지만 최고의 책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서는 기대했던 것만큼 중국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얻었다기보다는 많은 ‘토론 거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토론할 거리가 많은 책이야말로 트레바리에겐 딱 좋은 책.

중국이 동아시아를 지배하게 될까? - 반중세력들이 많으니까 중국은 동아시아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글쎄.. 힘이 세면 자연스럽게 지배하는 것이 힘의 논리 아닌가?

중국인이 사업상의 기회와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대국의 환경 및 사회 조건을 도외시하는데, 이건 식민주의가 아니라 중국의 기업문화일뿐이다? -> 그런데 중국의 관습과 규범을 아프리카에 그대로 도입해서, 아프리카 작업장의 노동조건을 국내 작업장보다 더 악화시켰더나 방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 이것은 마치, 전학생이 사람을 때려서 훈계를 주었더니 전 학교에서도 나는 사람을 때렸으니 나는 이 학교와 저 학교를 차별하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때리는 것 자체를 그만두어야 한다.

중국의 자원개발 투자가 아프리카인들에게 이득이기 때문에 중국은 아프리카의 자원을 약탈하는 것이 아니다? —> 이것은 일본의 한국 침략이 한국인들에게 결과론적으로 이득이었기 때문에 침략이 정당화되는 것과 같은 논리

중국에서는 민주주의가 불가능할까? 중국에서 유교는 단 한번도 비판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아니다 —> 정말? 문화대혁명 때 그렇게 공자를 처형했으면서?


우리는 이 코끼리를 만지는 일을 계속하자


중국은 알면 알 수록 모르는 나라다. 알쏭달쏭.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명품을 사들이는 나라인 동시에, 광고에 '럭셔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엄청난 벌금을 무는 나라. 가장 번영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나라 같지만, 한편으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감옥에 있는 공산주의의 나라.

그럼에도 우리는 참 재미있는 이 코끼리의 특성을 파는 일을 계속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게 코가 되었든, 다리가 되었든, 엉덩이가 되었든 최소한 더듬어보려는 시도는 같이 하는 사회가 되었음 한다. 어떻게든 이 골칫덩이 거대 코끼리와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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