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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원 Mar 15. 2017

중국의 꿈은 세계의 꿈이 아니다

일대일로, <중국 그래도 중국> 독후감

내가 서고자 하면 남을 세워주고 내가 도달하고자 하면 남을 도달시켜준다 : 己欲立而立人,己欲达而达人。- 논어 옹야편


중국과 그 외 유라시아 국가들을 서로 통하게 해주어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일대일로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2013년 시진핑은 카자흐스탄의 한 대학에서 일대일로 구상을 연설하였다. 중국 서부에서 중앙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경제 벨트(일대一带)와 중국 연안에서 동남아, 스리랑카, 아라비아 반도의 해안, 아프리카 동해안을 잇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일로一路)의 두 지역에서 인프라 정비, 무역 촉진, 자금의 왕래를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2014년 11월 중국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이 제창함으로써 표면화되었다. 중국과 중국 이외의 유라시아 국가들을 연결하고 협동하도록 하여, 이 지역 전반에 ‘통’하는 경제 협력체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일대일로의 5통일대일로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될 수 있는 5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태평양에서 발트해와 인도양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교통 간선을 구축한다.
* 무역과 투자를 활성화한다.
* 화폐의 유통을 강화한다.
* 정책소통을 강화한다.
* 인문유대 교류를 강화하며 민심이 서로 통하게 한다.

이중에서도 왕이웨이는 마지막 항목인 '인문유대 교류를 통한 민심의 통(通)'을 각별히 강조하며, 그전까지의 정치경제에 집중된 국제관계를 벗어나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인문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발톱을 숨기지 못하는 중국

솔직히 읽기 거북했다. 중국이란 나라를 애정하는 나로서, 중국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반감이 컸던 책이 없을 정도이다. 시사와 맞물려, 지금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와 책 속의 ‘진심으로 민심을 교류하고 소통하며 책임감을 가지자’는 태도가 너무나 달라서일 것이다.


대국의 야심조차 말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이치이다. 다만 누구나 볼 수 있는 발톱을 감췄다고 생각하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꼴이 보기 싫을 뿐이다. 패권을 잡으려는 대국으로서 어떤 거국적인 정책을 들고 오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없을 수는 없다. 결국 모든 것은 투자다. 투자라는 행위 자체는 이익,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한 ‘홍리(红利)’를 위한 것이다.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IIB)' 이름 자체가 이런 중국의 야심과 이익추구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봉쇄를 뚫기 위해 ‘아시아'에 집중하고, 항만, 수송로, 철도 등을 아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단어가 ‘인프라’이며, 자본을 움직이려면 ‘투자’, ‘은행’이 필요하고, 이를 합쳐놓은 것이 2015년 공식적으로 출범한 AIIB이다. 일대일로와 그 연장선상에 있는 AIIB의 최우선 목표는 상호호혜가 아니라, 새로운 헤게모니를 만들고 장악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패권에 있다.


상호호혜와 강자의 역사

일대일로는 장기적인 신프로젝트로서 주변국가에 대한 공식 선언문의 성격을 띈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 등 중국 IT 산업의 거두들이 2015년 공동집필한 <인터넷플러스혁명>을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화목, 상생, 평화, 융합 등 어떻게 보면 굉장히 모호하지만 웅장하여 거국적인 말들이 담겨 있는 것은 아마 중국어 자체의 특징이자, 또 중국어 번역투가 그대로 남아서일 것이다. 다만 정책의 행동강령이나 사례나 나아가고 싶은 바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아서 이런 표현들이 중국이 하고 싶은 말을 더 숨겨 버려 어느정도 글의 논지를 흐려버렸다고 생각한다. 결국 일대일로가 전세계적인 패권을 쥐기 위한 중국의 전략이 아니라고 꼬집는 인도 학자에게 서유기의 예시를 들고, "정화의 남해원정이 평화적 목적이었다는 것은 그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반박하는 왕이웨이의 패기에 기가 찼다. 정화의 원정은 대국 중국의 역사에서는 자랑스러운 확장이지만, 연해의 수많은 항구나라들에게는 재앙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화는 해양 요충을 통제하기 위해 지역 지도자를 처형하는 등의 무력을 썼다.


‘중국몽’은 ‘세계의 꿈’이 아니다

Pax America를 따라한 것이 Pax China, '중국몽'이라고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두가지는 다르게 다가온다. 전자는 나도 그런 꿈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세계시민적 참여감을 주는 반면에(이것 또한 미국이 오랜 시간동안 쌓아온 헤게모니의 일부겠지만), 후자는 중화사상에 똘똘 뭉친 한족만이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꿈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역사 이래 강대국 사이에 낑겨서 그네를 타며 스스로를 잘 대처해야 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오성홍기 앞의 간부복을 입은 중국 공산당원들의 경례 장면은 공동체 의식보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이...이런 느낌

내용 자체에 대한 해석을 떠나,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들을 동시에 논의하려고 정리한 저자의 노력과 지식에는 감탄하였다. 정치, 경제, 안보, 법률, 도덕 부문에 있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우려되는 부분과 그에 대한 대안도 기술하려 노력하였다. 중국이 2012년부터 밀고 있는 패권 야심이 가장 잘 드러난 일대일로라는 신전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볼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중국인이었다면 가슴 벅차게 이 선언문들을 읽어내려갔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마음 한켠에서는 진실성이 느껴지기 보다, 끼워 맞추기 위해 1부터 6까지 나열하는 하나의 국정교과서를 보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국의 꿈은 세계의 꿈이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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