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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원 Mar 17. 2018

유럽귀족보다는, 옆팀 김팀장이 새로 뽑은 차종이 궁금해

<제2의 기계시대> 독후감

기계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네의 big questions

제목에서부터 기계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그것을 사회학과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누구나 아는 기계의 변화만을 주저리 주저리 나열하지 않아 좋았다. 또 알파고 이후 대혼란에 빠진 현대인들이 가진 big question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서 깔끔했다.


1. 기술은 구체적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2. 기술은 정말 격차를 불러오는가
3. 새로운 기계 시대에 가치 있는 지식 노동자로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4. 격차를 줄이면서, 아니 적어도 격차의 해로운 효과를 완화하면서 제2의 기계 시대의 풍요를 촉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5. 우리가 계속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의 파괴적인 이용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여 대응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인가


서점의 많은 책들은 4분의 3 혹은 전체를 할애하여 1번을 요약하는 데 힘쓰는 것에 비해, 이 책은 3~5번을 설명하기 위해 3분의 1 이상의 지면을 썼다는 것에서 괄목할만 하다. 새로운 기계의 능력을 설파하는 1부는 다른 책들을 통해, 그리고 우리 삶을 통해 충격적으로 많이 듣고 본 내용이므로 진부했고 빠르게 넘겼다. 이 책이 쓰여진 게 2014년이었으니, 2018년을 살고 있는 지금 내 삶이 오히려 더욱 다이내믹하고 기계와 인터넷 혁명과 밀접하게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옛날 유럽귀족의 식사보다는, 옆팀 김팀장이 새로 뽑은 차종이 중요해

2부는 경제학 전공도서를 다시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여느 전공도서와 달리 명쾌하고 흥미로운 게 다른 점. 기계의 발전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는 논리가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뺏어가는만큼 수요가 증가하고 다른 방면에서 일자리를 늘어나니 미래에 대한 걱정은 기우이다'라는 '러다이트 오류'이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가격 하락과 생산물의 질 향상은 생산성 향상을 상쇄시킬 만큼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또 숙련 기능, 조직, 제도가 기술 변화를 따라 가지 못한다. 다 따라 잡을라 하면 또 기술변혁이 일어나서 제반 제도들이 무력화된다. 그리고 그 어떤 기업가도 어떤 노동자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수익이 나는 일을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노동자는 무한정 실업 상태에 놓일 수 있다. 기술적 실업이 일시적인 게 아닐 수 있다는 것.


나도 이들의 입장에 동의한다. 똑똑한 기계는 ‘모두’에게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주진 않을 것이다. 비록 현대사회의 빈곤층이 16세기 절대왕정의 유럽 귀족보다 더 나은 생활수준을 영위하고 있더라도, 우리의 기준 잣대는 몇 백년 전의 귀족이 아닌, 바로 옆집에 사는, 옆팀에서 일하는 팀장, 부장, 혹은 신문에서 보이는 economic celebrity들의 삶에 맞추어져 있기 때이다. 절대적인 수준보다 끊임없는 ‘격차’에 주목하게 될 것이고, 이 격차는 경제학적으로도 논란거리가 될 수 없게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받아들이고, 해로운 효과를 '완화'하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이 저자들이 내놓은 것과 같은 정책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수밖에 없다.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리고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깨어 있어야 한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저게 더 궁금하거든..

다시, 기본소득

다시 기본소득이다. 기계가 생산성 향상을 불러왔고, 수요가 늘어난 공급만큼 따라 가지 못하면 일자리는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기계가 그나마 남은 일자리를 대체한다면? 그럼 일을 하지 않고 돈을 주면 된다. 놀랍게도 150년, 200년 전부터 이런 논의는 지속되어왔으며, 우리가 SF 영화로만 꿈꿔왔던 기술 특이점이 10, 20년 앞으로 다가왔던 예언이 난무하는 지금 이 시대에 기본소득은 탁상공론만은 아닌 때가 도래했다. 다음 다섯 가지 명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겠다. 

1. 기계 때문에 일을 잃는 일부 사람들이 있는가
2. 하지만 더 많은 다른 일자리가 만들어질까
3. 타임갭에 따라 생기는 소외자를 커버하는데 기본소득이 도움이 될까
4. AI가 창출하는 부가 충분한 경우, 모두 넉넉하게 나누어지는 상황이 제도적으로 마련될 것인가
5. 만약 4번이 yes라면 그때 인간은 모두 행복할 것인가


<제2의 기계시대>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8270144


p.s. 매 챕터 시작에 역사인물들의 한마디로 그 챕터의 main idea를 훌륭하게 요약한 저자들에게 감탄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결요건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의 main idea를 누구보다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인문학적 지식이 해박하고 그때그때 뽑아쓸 수 있는 가용성이 있는 사람이다. <카오스멍키>에 이어 이런 편집법에 연속으로 감명 받다보니, 나중에 책을 쓴다면 꼭 이렇게 해야겠다는 욕심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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