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주제로 한 자유 글쓰기
딱히 취미가 많은 편은 아니다. 일이 아닌 이상, 뭐든 본격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라서 깔짝깔짝 건드리다 만 것들만 넘친다. 취미를 만들고 진득하게 해내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니 딱히 고쳐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자잘한 취미 거리라면 얼마든지 널려 있으니까.
책을 읽거나 TV와 영화를 보는 것. 그리고 유튜브에 수도 없이 올라오는 영상 보기. 종일 바삐 움직인 내 뇌에는 딱 그 정도의 취미가 적당하다. 그저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부정은 하지 않겠다. 나는 좀 게으른 편이 맞으니까.
사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안드로이드 TV를 샀다. 넷플리스나 왓챠, 티빙 등의 스트리밍 사이트는 물론 유튜브도 볼 수 있는 TV다. 나는 일을 마치면 대체로 침대에 누워 볼 만한 게 있는지 뒤적거린다. 그중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건 유튜브고 예쁘게 꾸민 집을 소개해주는 영상을 특히 자주 본다. 깔끔하고 완벽하게 정리된 공간을 보면 왜인지 모르게 희열이 느껴진다고 할까? 하여튼 잘 꾸며진 집은 내게 묘한 안정감을 준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관심이 많지 않았다. 언제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되짚어 보니 딱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시점부터다. 종일 집에 붙어서 일, 생활, 휴식까지 전부 하려고 하다 보니 답답해졌던 것 같다.
일과 생활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느낌이었다. 침대에 누워 화면이 꺼진 컴퓨터를 보면 답답하고, 반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침대를 바라보면 눕고 싶고.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으나 매번 욕망에 져버리곤 했다. 용도가 혼성된 공간 안에서 내 뇌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거린 것이다.
근래 인테리어와 관련된 영상은 전보다 크게 늘었다. 영상을 죽 보다 보면 사람들이 공간 분리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왜 갑자기 늘었을까? 코로나가 유행한 이후 사람들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정책으로 한동안 사람들은 집 안에만 머물렀다. 자영업자들도 국가에서 정한 시간까지만 영업한 후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이전보다 길어진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마찬가지로 재택근무도 크게 늘었다. 휴식만을 위한 공간으로 잠만 자고 나가던 집을 갑자기 업무 공간으로 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진 탓이다.
아마 그때부터 인테리어에 관련된 정보가 급속도로 늘어난 것 같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게 아닌, 내 생활과 일을 잘 분리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공간을 잘 분리하는 팁이나 공간 분리를 잘 활용한 예시 같은 영상들이 꽤 인기를 끌고 있다.
나 또한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계속해서 나오는 영상을 꾸준히 시청하고 있다. 무척 유용한 팁은 따로 적용해보기도 한다. 특히 영향을 많이 받은 공간은 작업실이다. 어떻게 하면 더 집중할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이사 4개월 만에 작업실 위치만 열 번을 넘게 바꿨다.
지금 작업실은 안방에 들어와 있지만 하얀 파티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책상에 앉았을 때는 침대가 보이지 않고 침대에 누웠을 때는 책상이 보이지 않는다.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하자는 각오를 다지기 딱 좋은 구도라 몹시 만족하고 있다. 만약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분이 있다면, 자그마한 천으로라도 공간을 분리해보길 추천한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시각적인 효과는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에게 이제 집은 그저 휴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집은 절대 불편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시간이 된다면 내 휴식을 위해 한 번쯤 공간을 정성 들여 가꿔보는 건 어떨까? 고작 침대 헤드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누운 공간이 한층 더 편안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