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는 없다
어제는 한국에서 너무나 슬픈 여객기 참사가 벌어진 날이다. 전남 무안에 착륙하려던 와중 불의의 사고로 기체가 폭발했고 탑승객 거의 모두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예비부부, 부모님의 팔순을 축하하려 모인 일가족, 말기암 완치 기념여행을 떠난 어머니 등 수많은 가족과 이웃들이 말못할 사연을 가득 안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오래 전 98년 괌 여객기 추락 때는 미처 온전히 느낄 수 없었던 여러 심정들을 엄마가 된 지금 이번 일을 통해 다시 그려보면 내 일처럼 기가 막히게 다가온다.
주말의 신문기사에서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한 의사의 인터뷰를 읽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는 죽음이 잘 죽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 누군가는 가슴이 저민다. 나나 상대방의 죽음은 오늘일 수도, 내일일 수도 있으니 매일 작별인사를 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의 허망함이나 후회가 덜할까?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 죽음을 너무 쉽게 잊곤 한다. 오래 전 아이에게 ‘할머니가 남긴 선물‘이라는 죽음에 관한 그림책을 읽어주며 되레 내가 많이 치유 받았던 기억이 있다. 가까운 가족, 친구나 이웃과 원치 않게 헤어져야만 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선물하고싶은 책이다. 부디 남은 모두가 떠난 이들을 언젠가는 편안히 보내줄 수 있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