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건조대

by 해우소

무미건조하게 말라빠진 너

단단하게 두 발로 서 있을 때는

우리 집에서 가장 부지런히 나를 도왔던 너

자리도 많이 차지할 것 없이

필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던 너


우리 집 두 녀석이

나 눈돌린 새에

수도없이 올라탔는지

오늘 낮 빨래를 마치고

축 늘어진 수건 몇 장 널자마자

힘없이 산산조각 나 자빠져버렸다


부서진 너의 뾰족한 날카로움

차마 놔두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일말의 쓸모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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