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하게 말라빠진 너
단단하게 두 발로 서 있을 때는
우리 집에서 가장 부지런히 나를 도왔던 너
자리도 많이 차지할 것 없이
필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던 너
우리 집 두 녀석이
나 눈돌린 새에
수도없이 올라탔는지
오늘 낮 빨래를 마치고
축 늘어진 수건 몇 장 널자마자
힘없이 산산조각 나 자빠져버렸다
부서진 너의 뾰족한 날카로움
차마 놔두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일말의 쓸모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너는
왜 꼭 그래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