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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Oct 26. 2023

집으로

퇴로는 없다


집으로! 우리 집 주방 전자렌지 위 어두운 한 켠을 장식한 이 작품은 올해 초 하늘나라로 떠난 김중만이라는 사진작가의 유작이다.


남편과 신혼시절 아트 수퍼마켓이라는 그 분의 전시에 들렀는데 수퍼마켓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단돈 만 원 정도의 균일가에 어느 작품이든 고를 수가 있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가치를 스스로 매기지 않고 보는 이에게 권한을 넘겨주다니, 취지가 신선했고 그 자체로 예술처럼 느껴졌다. 당시 어느 후미진 동네 높은 비탈길 위의 작은 표구사까지 찾아 액자를 맡긴 뒤 어울리는 껍데기를 씌워받아 지금까지 잘 간직하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렇게 써있다.


“나는 어느 산 속 깊은 곳에 살아있는 풀잎을 보면 자꾸 부끄럽습니다.“


저 사진은 부엌에 들어설 때나 흐트러질 때, 글귀같은 마음을 한 번씩 상기시켜줄 지도 모른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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