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제자

by 해우소

옛날 어느 마을에 마법사와 그의 제자가 살았어요. 제자는 스승이 마법을 부리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뒤 그가 집을 비운 사이 모자를 몰래 가져다 쓰고 그의 흉내를 냈지요.

양동이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니 양동이가 강가로 달려가 한 가득 물을 길어 번개처럼 돌아왔어요. 양동이는 쉬지 않고 계속 물을 길어옵니다. 집안 곳곳에 온통 물이 넘쳐 흐르는데 마법사의 제자는 그만 당황해 양동이를 멈추도록 할 주문을 잊어버렸어요.


하는 수 없이 이번에는 걸레를 소환했어요. 걸레는 미친듯이 집안 곳곳을 닦으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나 걸레의 속도가 양동이의 물 길어오는 속도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자 제자는 걸레를 갈기갈기 찢어 종 노릇을 나눠 시켰습니다. 저 수많은 걸레를 이제 또 어디서 어떻게 빨아야 한담? 그렇게 마법사의 제자가 할 일은 계속 늘어났고 다음 차례는 아궁이, 솥, 수레…마법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온 집안 잡동사니들이 깨어나 제자를 도왔지만 제자는 쉬기는 커녕 한 순간도 그들로부터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제자는 마침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고 더 이상 누군가 자신을 돕길 바라며 일을 벌이는 것을 겨우 멈춘 채 쓰고있던 모자를 두려움과 함께 벗어 던지고 난장판이 된 집을 차근차근 직접 치우기 시작했어요. 제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하다 뒤를 돌아보니 마법사의 모자는 어느새 생일잔치 고깔모자로 변해 있었고 스승은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Adobe Stock


keyword
작가의 이전글황금알을 낳는 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