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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Nov 20. 2023

미운 오리 새끼

옛날 어느 연못에 오리 부부가 살았어요. 어미오리가 알을 여러 개 낳았는데 그 중 유독 다르게 생긴 알 하나가 끼어있었지요. 오리 부부는 커다란 알이 낯설었으나 별다른 의심 없이 나머지 알들과 함께 계속 품어주었습니다.


얼마 후 알들이 모두 부화했는데, 여느 오리들과 달리 회색에 몸집도 훨씬 큰 못생긴 오리 한 마리가 있었어요. 둥지에 있던 가장 큰 알에서 태어난 오리였지요. 형제들과 동네 이웃들은 그 모습이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미운 오리 새끼라 놀리며 괴롭혔어요.


“얘, 너는 왜 털도 검고 몸집이 미련하게 그리 크냐? 자고로 새끼오리는 손바닥만 한 게 딱 적당하고 예쁜거야. 그리고 우린 다들 사랑스러운 노란색 털인데 너만 목욕도 안 해서 때 낀 것처럼 잿빛 털이잖아? 가까이 오지 마, 냄새가 날 것 같아!”


그 와중에 어미 오리만큼은 끝까지 형제들을 나무라고 수군거리는 이웃들로부터 미운 오리 새끼를 지키며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에게 얼마나 특별한 형제가 있니? 저 아이는 조금 다른 색깔과 크기로 태어났을 뿐이야. 우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찬가지란다. 모두 저마다의 특징을 지녔어. 첫째 너는 목소리가 우렁차고, 둘째 너는 헤엄을 빨리 치고, 셋째 너는 먹이를 잘 찾으니 다 훌륭한 오리들이야.”


그렇게 미운 오리 새끼는 든든한 어미 덕분에 형제들에게 치이면서도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지요. 몸집이 컸던 미운 오리는 추운 겨울에도 자신의 날개 밑에 다른 형제들을 끌어안고 함께 따뜻하게 지내려 애썼어요. 그러던 어느 봄날, 형제 중 한 마리가 그의 모습을 흘깃 돌아보고는 깜짝 놀라 외쳤어요.


“아니 못난아! 네 털을 좀 봐! 그 시꺼멓던게 갑자기 환하게 빛나고 있어!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헤엄을 치다 말고 물 속을 들여다 본 미운 오리 새끼는 당황했어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분명 달라져 있었어요. 그건 언젠가 우연히 멀리서 보았던 백조의 형상이었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날개를 넓게 펼쳐 퍼덕거려보자 곧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습니다.


“아 내가 지금껏 스스로 오리인 줄 알고 살아 날개 한 번 펼쳐보질 못했구나! 건강하게 오늘까지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하지만 이제는 떠날 때가 된 것 같아.“


그 즈음 겨울을 나고 연못을 다시 찾아온 백조 무리를 발견한 미운 오리 새끼는 용기를 내 그 속으로 헤엄쳐 갔어요. 그들 중 누구도 미운 오리 새끼의 겉모습에 특별히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자연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여진다는 것만으로 커다란 위안이 되었어요. 그 때 무리 중 한 백조가 천천히 다가와 날개를 활짝 들어올리며 크게 울었습니다.


”나랑 같이 날아볼래요?“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는 형제들의 시샘 어린 눈길과 오리 부부의 힘찬 응원을 뒤로한 채 자신을 많이 닮은 친구와 설레는 마음으로 하늘 높이 날아올라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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