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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Nov 21. 2023

양치기 소년

어느 마을에 양치기 소년이 살았어요. 그는 또래의 소년들처럼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였지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양을 몰고 다녔는데,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하루종일 양만 바라보며 보초를 서고 있자니 여간 심심한 게 아니었어요. 한 번씩 무료함을 도저히 참기 힘들 때면 온 동네가 떠나가라 외쳤습니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 무서운 늑대가 양들을 물어가고 있어요! 양들이 잡아먹히는 중이에요!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두세 번 정도는 마을 어른들이 깜짝 놀라 부리나케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양들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어요. 늑대를 잡으려 만사 제쳐놓고 온갖 장비를 헐레벌떡 끙끙대며 챙겨온 마을 어른들 모두가 조그만 어린 녀석에게 골탕을 먹었다는 생각에 바보가 된 기분으로 양치기 소년을 몹쓸 거짓말쟁이 놈이라 욕하며 화를 내고 투덜거렸어요. 누가 이 놈을 사주해 마을에 분란을 일으키는 건 아닌지 알아보자며 어른들은 패를 나눠 큰 싸움이 붙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양치기 소년을 조용히 타이르듯 말했습니다.


"얘야, 니 말대로 우리 마을에 언젠가 진짜 늑대가 나타날 수도 있겠구나. 그 때 아무도 믿지 않는다면 너를 비롯해 우리 모두 큰 피해를 볼 수 있겠지. 오늘 보니 네가 아주 위급한 상황이 일어난 것처럼 연출을 잘 하는데 실제상황에 대비해 한 번씩 이렇게 사람들을 모아 비상훈련을 해 보는 것도 어쩌면 도움이 되겠어."  


양치기 소년은 어른의 말에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저 몹쓸 거짓말쟁이였던 양치기 소년은 이제 마을의 중요한 경보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양치기 소년은 책임감을 갖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거짓말을 정당하게 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매 달 비상훈련을 꾸준히 했고, 머지 않아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모두가 당황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모여 소중한 양들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Adobe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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