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이 Apr 29. 2022

파송송 계란탁

라면은 이미 맛있다. 고명은 적당히.


작년 

4월로 기억합니다.

은인이신 한 컨설팅 회사 대표님이

뉴스레터를 기획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고객사 인사팀 분들께도 기고받으면 풍부해지겠네요”

라고 무심결에 말했는데 말이 씨가 됐나 봅니다.

올해부터는 지인들의 글도 올릴 계획이라며

저에게 기고 요청을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번아웃 상태였습니다.

컨설팅 회사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낸 후,

현재 회사로 이직해 [인사기획]을 한 지 십수 년.

인사기획이라는 직무명이 무색하게도

[낮에는 운영, 밤에는 기획]을 하며

숨 막히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객사 인사팀 분들께도 글을 받아보라”는 제안은,

글쓰기로 답답한 일상에 탈출구를 만들고 싶다는,

제 심경의 표출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평소 끄적인 메모들을 다시 한번 읽어봤습니다.

대체로는 쓰레기였고 

몇몇 메모들은 "호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군"

스스로 칭찬하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 메모들을 언제 한 번은 온라인 공간에 

정리해둬야겠다고 생각했었기에, 

지인 회사의 뉴스레터와 브런치에

병행하여 올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메모를 글로 쓰려고 보니 엄청 부담입니다.

온라인에서 HR 아티클을 찾아 읽는 분들이다?

내공이 육십갑자쯤 되는

경영 구루일 거라는 생각에 부담이 커집니다.

아,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니, 그 정도 되시는 분들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보시지

애초에 제 글 따위 안 보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R 종사자일 것이고,

생판 안 해본 과제를 받아서,

똥줄 타는 심정으로 구글에 검색을 하다가,

대충 내 글이 걸려들어 한번 훑어보고,

아 쓰레기구나 하고 지나치려다가,

뭐 나중에 한번 읽어나 볼까 하며 북마크 해두는.

그런 느낌. 응. 좋다.'


그냥

해왔던 일을 담백하게 소개해야겠다!

고 결론 지었습니다.

HR 종사자끼리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최고!

라고 용기를 내봅니다.

그럼에도 의미를 붙여보자면,

“어지간한 인사제도를 다 구축해놓은

제법 규모 있는 회사에서,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느끼는 인사기획자가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발버둥” 이랄까요?




전 청와대 대통령 요리사님이

라면은 봉지에 쓰인 설명서대로 끓여야 제일 맛있다

고 하신 걸 유튜브에서 봤습니다.

그 영상의 명대사는,

"송이버섯 따다 넣고 막! 응? 그럼 라면맛 다 배립니다!"

맞습니다.

회사에도, 회사 사정에 맞춰서 잘 구축해놓은

인사제도가 있는데, 막 베스트 프랙티스라고

이것도 도입하고 저것도 도입하면 기업문화 다 배립니다.


라면에는 라면에 맞는 고명이 있습니다.

파, 계란 정도? (이조차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라면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시원함을 더해주고,

과한 나트륨을 잡아주는 정도... 까지만.


그러니까

이 ‘인사기획’ 시리즈는,

보글보글 잘 끓고 있는 라면에

'파송송 계란탁' 넣는 정도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제도 소개가 아니라

이미 있는 제도에 고명을 얹어 본 이야기.


그럼

화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